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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의료 전문가들 "간호 인력 확충 없으면 또 다른 '메르스 사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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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김예리 인턴기자 = "의료진의 헌신과 위기대응 능력에 기댈 것이 아니라, 인력의 확충이 시급하다."

메르스 사태의 현장을 겪은 의료 전문가들이 간호인력의 확충과 포괄간호서비스 확대가 더 큰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대강당에서는 메르스를 통해 본 감염관리와 환자간호 개선방안에 관한 간호정책포럼이 열렸다.

조성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이날 언론에서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한국식 간병문화'가 배치된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일어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한국에서 보호자와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하는 특수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절대적으로 간호사 배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배치 인력이 부족한 결과 간호사는 시간적 압박 속에서 우선순위 높은 업무와 기록에 남겨지는 업무부터 하게 된다"며 "간호사 배치 수준이 낮으면 감염예방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이는 환자 감염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간호사의 배치수준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인당 1시간 미만이며, 일반 병원에서는 15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호 시간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고 간호사 배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배치할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 "현재 활동하는 간호사의 10%가 매년 나오는 실정이고, 2015년 현재 간호사는 공급과잉"이라며 "배치를 안하는 것이 문제이지 간호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미시적인 대응 능력은 다음번에 다시 일어날 때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간호사 배치수준과 환자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간호사가 1명 줄면 의료 실패(사망) 리스크는 7%씩 늘어난다"며 "간호사 배치수준을 보장하고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괄간호서비스 시행은 절실하고 반갑지만 병원의 이해관계가 작동할 우려가 크다"며 "민간병원이 포괄간호병원으로 등록해 놓고 조금씩 간호인력을 줄여나갈 수 없도록 제도적인 의무화와 보상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환자 치료와 간호를 지휘하고 있는 김남중 서울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과장인 나까지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한 메르스 의료 현장을 호소했다.

김 교수는 "의료 현장을 지휘하는 과장으로서 이미 한계점에 와 있는 인력을 채찍질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은 인력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투자다. 투자 없이는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이 (부족한 인력을) '플러스 알파'를 해 메우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메르스 간호 인력 배치를 맡고 있는 송경자 서울대병원 간호본부장은 "현재 간호사 한 사람이 우주복을 착용하고 들어가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고, 정서적으로 지원하고, 청소하는 것까지 도맡고 있다"면서 전문성 있는 간호사를 보유하기 위한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개월 째 매일 보호복을 입고 메르스 환자를 간호해온 이진수 서울대병원 간호사도 이날 토론에 참가해 "제도적으로 유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가 차원에서 제도와 시설을 확보해야 현장의 인력도 안정되게 헌신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jinxijun@newsis.com
yr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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