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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원세훈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대법원, 대선 개입 증거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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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전 국정원장 보석 신청은 기각

16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사진)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 재판이 열렸다. 지난 18대 대선에 국정원이 인터넷 게시글·댓글·트윗글 등 사이버 활동을 통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가 확정되는 재판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과도 연관되는 재판을 보기 위해 130여석의 방청석은 방청객과 취재진으로 가득 들어찼다.

경향신문

10여분 찬찬히 판결문을 읽어나간 양승태 대법원장은 말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합니다. 관여 법관 전원의 견해가 일치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꼽히는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 등 대법관 13명 중 단 1명의 반대의견도 없는 ‘만장일치’ 판결이었다. 원 전 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2심 재판부는 파일을 증거로 인정해 해당 계정에서 파생된 27만4800개의 트윗글 등을 심리전단 직원의 활동으로 봤다.

대법원은 심리전단 직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홍보하고 야권 대선 후보 등을 비방하는 인터넷 게시글·댓글 등을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원 전 원장 등이 정치에 관여했거나 선거운동을 한 것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임기 절반가량이 남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흔들거나 반대로 굴레를 벗겨줄 수도 있는 결정을 미뤘다. 결과적으로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다만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보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보석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며 원 전 원장 측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파기환송되면 원 전 원장의 보석도 허가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여론의 역풍이 불가피해 대법원으로서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트윗글의 범위는 좁게 봤지만, 선거법 위반을 무죄로 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국정원법 위반만으로도 실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을 8일 앞둔 2012년 12월11일 옛 민주당원들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하며 시작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결론은 이날 나지 않았다.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원 전 원장은 대선개입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RCS를 도입해 지난 대선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서 10명씩 20명분의 RCS를 연구·개발용으로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30대 국정원장을 맡았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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