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 법무부·검찰 수사 '촉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야당, 진상조사·형사고발 추진…검찰 "언론보도 의혹 주시…국회 조사 결과 볼 것"

뉴스1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국가정보원의 PC·스마트폰 해킹 의혹에 대해 정치권 공방이 거센 가운데 검찰은 수사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정원은 당장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해명에 나섰지만 야당에서는 자체 조사에 나서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국정원도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Hacking Team)이 개발한 IT기기 도·감청 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를 구입한 사실은 인정한 상태다. RCS는 목표로 삼은 PC와 스마트폰에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심어 원격으로 조정해 통화를 녹음하거나, 문자메시지 등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공개한 해킹팀의 이메일 자료를 보면 해킹팀 직원들이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SKA'(South Korea Army Intelligence)라는 고객의 프로그램 구입·유지·보수, 기능 업데이트 요구를 논의한 것으로 나온다. 이들은 한국을 직접 방문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프로그램 사용 교육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국정원은 기술 분석과 연구 목적일 뿐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도 15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거처럼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사찰) 활동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처벌도 다 받겠다"며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해외 35개국 97개 정보·수사기관이 RCS를 구입해 첩보활동에 활용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유독 RCS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불만도 국정원에서는 나온다.

그러나 국정원의 해명과 달리 논란의 불씨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국정원 측이 한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공개된 이메일 내용과 첨부문서를 보면 해킹팀의 한 직원은 출장 보고서에서 'SKA가 카카오톡을 강조하고 있다(KakaoTalk is something which SKA is emphasising)'고 보고한다. 실제로 이 업체는 지난해 2월6일 작성한 고객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카카오톡을 지원할 계획(We are planning to support KaKaoTalk)'이라고 밝히기도 한다.

국정원이 RCS를 구입한 사실 자체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이 중대 범죄에 대해 제한적으로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을 발부할 경우에만 감청이 허용된다. 경찰 역시 RCS 구입 시도 의혹을 받게 되자 강신명 경찰청장이 나서 영장이 아닌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한 도·감청은 실정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역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으며 검찰 고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고발이 접수될 경우 검찰은 일단 실무적으로는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국정원이 언론 비평매체인 '미디어오늘' 조모 기자를 사칭해 정부의 천안함 사건 결과 발표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연구자의 컴퓨터에 RCS 에이전트를 심으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미디어오늘 측이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은 현재까지 수사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 국정원 현장조사 결과와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김현웅 법무부 장관 역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언론보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장관님이 입장을 밝힌 대로 국회의 조사 결과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국회의 현장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담담하게 진실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만약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협조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SKA(국정원)가 변호사의 컴퓨터를 해킹하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위키리크스가 트위터 계정을 통해 15일 이 같은 주장을 내놓자 언론보도가 이어지며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도 16일 성명을 내고 "수사 당국은 변호사의 컴퓨터를 해킹한 주체가 누구인지, 해킹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장비를 사용해 어떤 방법으로 해킹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변호사를 해킹한 주체는 국정원이 아니라 몽골 경찰(MOACA)"이라고 해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해킹팀 직원이 쓴 'R: Re: SKA and MOACA anon'이라는 제목의 메일에 첨부된 RCS 사용 컴퓨터 사양을 보면 해당 컴퓨터 운영체제(OS)의 지역 설정 시간대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기준인 'UTC(국제표준시) +08:00'로 돼 있다.

사용언어도 영어로 설정돼 있는데 해킹팀이 주고받은 다른 이메일에는 'SKA는 한국어 윈도우를 사용한다(SKA is using Korean Windows)'고 언급하고 있다.
hong87@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