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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원세훈 대선개입 파기환송]운명 좌우한 '트윗글'…증거능력 어떻게 변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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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가 16일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장 주된 이유는 '트윗과 글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 전 원장은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 활동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대법의 이번 파기환송으로 '트윗글'의 증거능력이 1심부터 상고심까지 각각 다르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 부분인 동시에 큰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사건을 통해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누리꾼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쳐왔다는 사실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발생 당시부터 대다수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그러나 정서적 충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국정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및 트윗글을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는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논쟁거리였다.

◇'시큐리티·425지논' 원 작성자 진술만으론 '증거 안 돼'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김모씨 이메일에 첨부된 '시큐리티' 파일을 통해 국정원 직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을 추출했다.

초기에 총 2600여개의 계정을 추출해 2200만여건의 트윗 활동을 발견했지만, 이후 공소장 변경을 통해 트위터 계정은 총 1100여개로, 트윗글은 78만여건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이메일 계정 주인인 김씨가 1심 법정에서 "시큐리티 파일 등 첨부파일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검찰의 입증은 난항에 부딪쳤다.

1심 재판부는 결국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의 법리에 의해 김씨 진술로서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 트위터 계정과 트윗글의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김씨 이메일에 첨부된 또다른 파일인 '425지논' 역시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을 잃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해선 시큐리티와 425지논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김씨가 자신이 파일을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시인하지 않는 한, 원작성자가 작성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전문증거' 법리로는 트위터 계정의 증거능력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통상문서' 법리 채택…항소심 검찰 전략 변경

김씨의 진술만으로 트위터 계정 추출 근거가 되는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 받기 어렵다고 본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다른 법리로 전략을 수정했다.

시큐리티와 425지논 파일이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들의 통상적인 업무 기록을 담은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통상문서는 형사소송법 315조 2호가 규정하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다. 앞서 대법원은 성매매 장부와 선거운동원 출결부, 뇌물수수 기록을 담은 장부 등을 통상문서로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은 "시큐리티와 425지논은 국정원 직원들의 업무에 따라 단계적으로 업데이트돼 왔다"며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업무 문서로 쓰여온 만큼 문서의 진정함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국정원의 '댓글·트위터 활동'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들 파일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 내역이 꾸준히 업데이트돼 왔으므로, 진실한 업무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메일 계정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다"는 김씨 진술을 토대로 김씨가 문제의 이메일 계정에 첨부된 시큐리티·425지논 파일의 작성자임을 추론할 수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통해 "김씨의 트위터 활동 업무는 통상적 업무고 시큐리티·425지논 파일은 업무와 관련해 필요한 내용을 계속 추가·보충한 것"이라며 이들 파일을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통상문서로 판단했다.

이로써 1심 판단에서 배제됐던 트위터 계정 716개가 적법한 증거로서의 지위를 되찾았고, 이들 계정을 통한 2012년 하반기의 트위터 활동 흐름은 국정원이 '선거운동'을 했다는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문증거'냐 '통상문서'냐…1심 손 들어준 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나 '통상문서'의 법리를 적용한 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인용하지 않았다. 시큐리티 및 425지논 파일이 업무 수행 당시나 직후에 기계적으로 반복해 작성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직원들에게선 이들 파일과 같은 형태의 문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설사 두 파일이 작성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문자라고 해도 실제 파일에 포함된 내용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됐는지 알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시큐리티·425지논 파일엔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여행, 취업 등 신변잡기를 기재한 부분도 있다"며 "이들 파일이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내용 역시 질서없이 나열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항소심에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극적인 역할을 했던 시큐리티 및 425지논 파일은 다시금 증거능력을 잃게 됐고, 이를 근거로 증거능력을 인정 받은 트윗 계정과 트윗글도 모두 증거능력을 다시 판단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판부는 다만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접적인 유무죄 판단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주요 판단 근거인 '통상문서' 법리가 깨진 만큼, 공직선거법 유무죄 판단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다시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률심'으로 판결해야 하는 대법원의 심급원칙을 따른 것이지만, 공직선거법 유무죄를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되는 부분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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