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메르스 온상’ 된 대형병원…주치의 제도만 있었어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메르스의 경고]

‘빅5’ 환자 쏠림 현상 갈수록 심해져

5대 병원 응급실 과밀화 100% 넘어

보험 청구액 43개 종합병원의 35%

“꾸준히 진료하는 주치의 없는 탓”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대규모 유행지가 된 곳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다. 5월27~29일 이 병원 응급실에 머물던 열네번째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만 90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열네번째 환자가 이른바 ‘슈퍼전파자’가 되는 과정은,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빅5’ 쏠림 현상이라는 한국 의료체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환자는 폐질환을 앓다 메르스에 감염돼 폐렴 증상이 악화하자 5월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입원하려 했다. 그런데 비어 있는 병실이 없자 응급실에서 사흘간을 지냈다. 그 사흘새 이 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슈퍼전파자’가 됐다.

특정 병원에 병실이 없을 때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었다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온상’이 되는 불행한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5일 “비수도권(지방) 환자들이 거주지 인근의 병원을 믿지 못해 이른바 ‘빅5’ 병원에 입원하려고 그 중간단계로 응급실을 이용하면서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이 사실상 ‘입원 대기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빅5’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가리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 상황을 조사했더니, 대형병원의 응급실 과밀화지수가 1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붐비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과밀화지수가 무려 175.2%다. 100병상의 응급실을 기준으로 하면 모든 병상이 꽉 차, 나머지 환자 75명은 간이침대나 복도 등에서 대기한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과밀화지수 133.2%로 상위 네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빅5’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석 평가 사이트인 ‘팜스코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청구 실적을 분석했더니 ‘빅5’ 병원이 2014년 한 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진료비 총액은 2조9798억원으로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진료비(8조5649억원)의 34.8%를 차지했다. 이는 2013년의 34.3%보다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환자 쏠림 현상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역 대학병원이나 중소병원, 동네의원에서 치료받아도 될 환자들이 빅5 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주변 의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평소에 환자와 그 가족의 건강을 꾸준히 돌보고 진료하는 주치의가 없는 게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고 짚었다. 영국이나 스웨덴 등은 주치의 보유율이 100%에 이르고, 미국도 90%나 된다. 한국은 아직 주치의 제도가 없다.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조차 한 의사한테 지속적으로 치료·관리를 받는 비율이 16%가량에 그친다.

이런 사정 탓에 일부 전문가들은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려면 응급실 환자만을 입원시키는 병상을 따로 둬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예컨대 서울대병원은 전체 병상이 1400개인데 환자 교체로 하루 평균 200병상가량이 비게 된다. 이를 활용해 응급실에 온 중증환자를 입원시킬 필요가 있다. 3차 병원(대학병원)일수록 일반 외래환자의 입원을 줄여 나가고 1·2차 병원에서 보낸 응급환자를 3차 병원 응급실에서 일단 수용한 뒤 입원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