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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불붙이면 활활 탈 것 같아"…혹심한 가뭄, 밭갈아 엎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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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 부진으로 생산 감소·품질저하 우려…메르스 소비 줄어 '이중고'

연합뉴스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밭에 불을 붙이면 금방이라도 활활 타오를 것 같아요"

충북 괴산군 장연면의 한 농민은 바짝 마른 옥수수밭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이렇게 장탄식했다.

최근 계속된 가뭄으로 출하를 앞둔 충북 도내 각 지역의 특산물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괴산지역 농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대학 찰옥수수가 다음 달 중순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출하될 예정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생산량이 20∼30%가량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모(55)씨는 "가뭄으로 옥수수의 생육이 들쭉날쭉해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할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을 대기 어려운 산간지역의 옥수수는 줄기와 잎이 바짝 말라 성장이 중단되면서 밭을 갈아엎은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금 같은 가뭄이 계속 이어지면 옥수수 알의 껍데기도 질겨져 상품성이 떨어지고 출하시기까지 늦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괴산지역의 고추 상황도 좋지 않다.

괴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물을 제때 공급해주지 못한 밭의 고추 키가 60∼70㎝에 불과하다.

예년보다 10㎝가량 작다.

15개 이상이 달려야 하는 고추도 10개 정도에 불과해 수확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또 가뭄과 고온으로 해충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석회 결핍증과 각종 병이 번질 가능성도 커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단양의 대표적인 농산물인 육쪽마늘도 한창 수확기를 맞았지만, 생산량이 평년보다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마늘 크기도 작아졌다.

단양지역의 마늘 생산량은 2013년 2천126t에서 지난해 1천926t으로 줄었고, 올해는 가뭄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도 주산지인 영동·옥천에서도 포도나무 잎이 마르는 등 가뭄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씌운 평지의 포도밭 등에는 대부분 관정이 설치돼 가뭄피해가 덜하다.

하지만, 산간지역의 비탈진 포도밭 등은 잎이 말라 시들거나 비육기(알이 커지는 시기)에 접어든 포도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경운기 등을 이용해 물을 길어다가 메마른 밭을 적시거나 분무기로 물을 뿌려줘 나무의 생육을 돕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음성·진천지역의 특산물인 수박 재배 농민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지역의 수박은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생산해 가뭄에 따른 피해가 다른 작물보다 덜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메르스로 각종 축제, 체육행사와 각종 모임이 줄어들면서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가격마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음성군 내 한 농협의 관계자는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는데, 올해는 메르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상급 수박의 가격도 평년보다 2천∼3천원가량 떨어진 1만6천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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