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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10년간 수억원 뜯은 70대 '징역형'…法 "장기간 속은 피해자도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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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10년 넘게 청와대 직원을 사칭하며 한 사업가로부터 수억원을 야금야금 뜯어낸 7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박진숙 판사는 청와대 직원이라고 속여 289차례에 걸쳐 사업가 김모씨에게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된 전직 우체국장 민모(7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씨의 사기범행은 청와대 등 권력에 청탁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해줄 것처럼 속이는 것이어서 죄질이 나쁜 점, 범행 기간이 길고 피해 금액이 3억원이 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끼친 점, 가족들에게 차용한 2억원의 채무는 변제하면서도 정작 김씨에 대한 피해 변제는 소극적인 것 등을 고려해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민씨의 허황된 거짓말에 속아 오랜 기간동안 편취를 당한 것에 대해서 김씨의 과실도 있다고 보이고 민씨의 연령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민씨는 2006년 12월20일 "청와대 비서관 출신 A씨를 통해 마사회 회장 등 고위직에게 로비를 하기 위한 경비가 필요하다"고 김씨를 속여 269차례에 걸쳐 2억9750만원 상당을 챙기는 등 2011년 2월16일까지 김씨에게 289차례에 걸쳐 3억1858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민씨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 A씨를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됐을 뿐 일면식도 없으면서 김씨가 마사회 장외발매기 사업에 18억원을 투자했다가 실패하고 행정소송 중인 것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민씨는 2002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이 청와대에서 국정원과 경찰청 정보를 취합해 상부에 보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김씨를 속였다.

민씨는 또 "원하는 사람이 서울시 교육감 후보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 "아들을 국민은행에 취직시켜주겠다", "당신에게 5억원을 빌려줄 사람을 만나러 가니 돈을 달라"고 속여 돈을 챙겼다.

경찰에 따르면 민씨의 사기행각은 김씨의 매형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정원에 실제 민씨가 재직 중인지 민원을 넣으면서 들통났다.

민씨가 근무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은 매형이 이 사실을 김씨에게 알렸을 때도 김씨는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민씨에게 투자를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yeji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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