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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르포> "살다살다 이런 가뭄 처음"…각담말 마을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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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논밭, 마실 물조차 없어…"가축들 목타 죽을까 불쌍"

군청의 비상급수 고맙지만 비 안오면 '언 발에 오줌누기'

연합뉴스

(가평=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찔끔 비가 오고선 한 달째 마른하늘이에요. 농사는 고사하고 사람과 가축이 마실 물조차 없으니 어떡해야 하죠?"

경기도 가평군 마장리 각담말부락 주민들의 속은 요즘 가뭄으로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가평군청에서 자동차로 10여분 달리면 75번 국도변에 붙어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 주민은 70여명. 대부분 작은 논과 밭을 일구거나 가축을 키워 살아간다.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마을을 따라 흐르는 하천에서 생활 및 농업용수를 충당해왔다.

지난 9일 오후 마을에 들어서며 보니 하천엔 물 흔적조차 안 보였다. 돌로 뒤덮인 하천 바닥은 황량했고 먼지까지 날렸다.

2m 높이 축대 위 '마장교'라는 팻말이 붙은 작은 다리가 있어 '한때는' 제법 많은 물이 흐른 곳임을 알 수 있게 해줬다.

논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었다. 새로 심은 모들이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몇 군데 팬 곳, 작은 웅덩이에 고인 물속에서 좁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올챙이들의 몸싸움만 분주했다.

밭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오랜 가뭄에 힘겨워했다.

포도밭을 경작하는 주민 조모(66·여)씨는 한숨을 쉬며 "올해 가뭄은 지독해, 마실 물도 없는 판이야"라고 말했다.

조씨는 포도밭 바닥에 천으로 만든 덮개를 깔았다. 땅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서다.

말 못하는 가축들도 목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양계업자 유모(56)씨는 군청에서 긴급 지원한 물을 닭들에게 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씨는 "작은 산골 양계 농가는 물을 많이 저장해도 30∼50t이 한계인데 닭 13만마리가 하루 20t 정도 물을 먹으니 며칠 못 버틴다"면서 "가축은 며칠만 물을 못 먹어도 폐사할 확률이 높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멀리 산속 계곡물을 퍼다 나르려 했을 정도로 가뭄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각담말에는 양계장 6곳과 한우 농가 2곳이 있다. 양계장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물이 부족하다.

경기도 가평군에는 5월 12일 이후 비가 오지 않았다. 지난 5일 비가 온다더니 강수량은 1㎜에 불과했다.

사정이 비슷한 가평군 청평면과 북면 마을들에도 현재 물 공급이 끊겨 비상 급수를 하고 있다.

그나마 오는 11일에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지만, 서울과 경기지역 예상 강수량이 5∼10mm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뭄을 완전히 해갈하려면 50∼100mm의 비가 와야 하고, 최소한의 도움이 되려면 30mm는 와야 하는데 이번 비는 메말라 있는 땅의 겉을 적시는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추 농사를 짓는 박모(80·여)씨는 "살다 살다 이렇게 지독한 가뭄이 올지는 몰랐다"며 말라버린 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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