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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욕설·물세례로 얼룩진 盧추도식… "통합정신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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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한국 정치 갈등의 축소판이었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한길·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천정배 무소속 의원,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한국 정치 흐름을 좌우하는 주요 정파의 지도자들이 총집결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김무성 대표에게 물세례를 퍼붓는가 하면 김한길·천정배·안철수 의원 등 야권 비노계 인사들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 같은 양상에 친노 진영 내부에서조차 "우리(친노) 안에만 갇혀선 미래가 없다"는 자성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매일경제

◆ 직격탄 쏜 노건호, 총선 출마?

노 전 대통령 장남 건호 씨는 이날 유족 대표로 단상에 올라 여당 대표로서는 처음 추도식을 찾은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건호 씨는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며 김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어서 그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선거에서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을 달아 종북몰이를 해댔다"면서 "(그런데도) 아무 말 없이 (김 대표의 추도식 방문을)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고 밝혔다.

건호 씨 강경 발언에 대해 그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2년 LG전자에 입사했던 건호 씨는 2008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마친 뒤 LG전자 미국 샌디에이고법인을 거쳐 2013년까지 중국법인에서 근무했다. 이후 중국 베이징대 국제경제학과 박사 과정에 진학해 아직 학위를 받지 못했다. 그가 과거에도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검토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추도식 발언을 내년 총선과 연관짓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건호 씨는 2011년 4월 재·보선과 2012년 총선에서 출마를 희망했지만 가족과 주변 인사들 만류로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봉하마을이 속해 있는 경남 김해을 지역구의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문도 없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고 말했다.

◆ 文 "노무현 이제 놓아 드려야"

이날 추도식에서 김무성 대표는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광주 5·18 전야제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24일 "동방예의지국인데 손님이 오시면 모시고 하는데 예의가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난을 겪은 것은 여당 대표만이 아니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한길 전 대표에게 "너만 살겠다는 거냐"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도 "원조 친노로서 똑바로 하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박지원·안철수 의원도 야유를 받았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당 안팎에서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노무현을 넘어서는 'Beyond 노무현'의 정치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친노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진단인 셈이다. 문재인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떠나신 분들은 이제 놓아 드리자"면서 "두 분 이름을 말하면서 분열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노무현은 내 거다'라며 편 가르는 인사는 친노가 아니다"며 이 같은 행태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친노 2선 후퇴와 총선 불출마"를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김능구 정치컨설턴트는 "(친노의 수장인) 문재인 대표는 노무현을 뛰어넘느냐 마느냐에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판가름 난다"면서 "아직까지는 그 틀에서 못 벗어나고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김해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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