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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황교안 총리 지명]청와대, ‘공안 총리’ 카드로 전방위 사정·정국 정면돌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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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부터 합류해 국정장악 유리… 청문회 통과 경험도

정치 경험 없어 정치권 상대로 협조 이끌어낼지 회의론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부각된 정권의 도덕성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택했다. ‘통합형 총리’ 등 온건한 카드보다는 위기 정국에서 정면으로 돌파·역공하는 ‘강경책’을 뽑아든 것이다.

당장 황 지명자 발탁 배경에서부터 ‘정치개혁’ ‘부정부패 척결’을 앞줄에서 거론했고, 황 지명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응답했다. 박 대통령이 누차 밝혀온 전방위 사정을 황 지명자가 진두지휘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여의도에선 ‘사정 정국’ ‘공안 정국’이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칼’을 선택한 청와대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 한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황 지명자를 묘사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실은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정치권의 부패가 두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비리 의혹 연루 등에서 시작됐다는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황교안 카드’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정치권을 대대적으로 사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법무부 장관 출신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 자체에서도 청와대의 이런 의도가 읽힌다. 박 대통령이 2인자 인선을 통해 전방위 사정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있다.

전력도 고려됐음 직하다. 황 지명자는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쓰는 등 검사 시절부터 ‘공안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정권 차원의 사정 적임자인 셈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주요 정치쟁점에 여권 핵심부와 코드도 맞춰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내사 및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주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에 대한 편향적 수사 논란 등이 그 예들이다. 야권에선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황 지명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사정 정국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권 출범 때부터 내각에서 일했던 만큼 외부 인사 발탁보다 국정장악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 같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미 한 차례 통과한 경험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0여명을 봤는데, 아파트를 4채나 가지고 있는 인사도 있었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가 전제조건임을 확인해주는 말이다.

■ 야당의 “공안 정국” 반발

하지만 황 지명자는 즉각 논란을 일으켰다. 야권에선 황 지명자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직계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청와대가 공안 정국 조성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사정 정국, 공안 정국을 만들겠다는 메시지 아닌가 한다. 인사청문회를 강도 높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법조인 선호 성향이 재확인됐다는 말도 나왔다.

장관 재임 동안에도 강한 보수성향을 드러낸 황 지명자가 국민을 통합해야 할 총리 역에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월 대학교수·연구원 등 300명을 상대로 반드시 교체해야 할 국무위원을 조사한 결과, 황 지명자(35%)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5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8년 만의 50대 총리로 연장자인 대다수 장관들을 잘 통솔할 수 있을지, 노회한 국회를 상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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