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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레이더P] 롤러코스터를 탄 새정치, 호재와 악재를 오간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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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29 재·보선은 걸려 있는 의석이 4석밖에 안 되는 미니 선거지만 유독 돌발변수가 많이 터졌다. 여야는 호재와 악재가 터지면서 정국이 출렁일 때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이번 재·보선을 촉발시킨 것은 작년 12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었다.

원래 2015년은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해였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선거가 없는 2015년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라고 한 반면 여당은 경제살리기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구조개혁을 내세웠다. 하지만 통진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5명의 소속 의원 중 지역구 의원이었던 3명의 보궐선거가 결정되면서 정치권은 또다시 재·보선 정국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보궐선거가 결정된 초반만 해도 판세는 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관악을, 성남중원, 광주서구을 3곳 모두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된 야권 강세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야권 분열'이란 악재가 야당을 덮쳤다. 일단 옛 통진당 소속 전 의원들이 통진당 해산에 항의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관악에선 이상규 전 의원, 성남에선 김미희 전 의원이 선거에 뛰어들기로 해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선 표 분산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은 지난 2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1석 이상은 승리해야 한다"고 말해 '엄살'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형 악재가 터진 건 지난달 9일이었다. 탈당한 천정배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것이다. 전부터 탈당설이 흘러나왔지만 막상 결정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충격은 컸다.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패할 경우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뒤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정동영 전 의원이 관악을에 출마선언을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멘붕'에 빠졌다. 그나마 승리 가능성이 높았던 2곳 모두 탈당한 중진이란 최악의 상대들이 출마해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안덕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보선은 판이 더 커졌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4곳 전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여기에다 당내외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선거를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계파 갈등이 불어졌다. 재보선 경선 과정에서의 앙금과 친노 패권에 대한 견제 등이 배경이었다. 박지원 의원과 문재인 대표가 회동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가까스로 봉합됐고 동교동계의 선거전 지원이 시작됐다.

야당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호재가 터진 것은 지난 9일이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촉발된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판세는 크게 흔들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차떼기당의 부활'이라고 새누리당을 공격했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성 전 회장의 옷 주머니에서 발견된 8명의 리스트에서 청와대의 전·현직 비서실장은 물론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중요 인물들까지 거명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지율이 30% 후반대로 다시 떨어졌다. 그러자 이번엔 새누리당에서 전패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후 야당의 공격은 우선 이완구 전 총리에게 집중됐고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4일간의 대정부질문에서 이 전 총리는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과 인연이 없다"고 금품 수수를 부인했으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의혹과 함께 말 바꾸기를 한다는 여론의 질타로 결국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20일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순풍을 타는 듯한 야당은 여당의 특별사면 공세에 주춤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두차례나 걸쳐 특별사면을 받았자는 점을 새누리당이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야당은 “물타기”라고 비난했지만 석연치 않은 특별사면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야당이 다시 수세에 몰렸다.

박 대통령은 순방에서 돌아온 27일 오후 이 전 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와 함께 선거 하루 전인 28일에는 "이 전 총리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두차례의 특별사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서 성완종 게이트 충격파를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성완종 게이트의 파괴력이 야권 분열 구도를 역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클지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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