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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野, 成게이트 호재 두고 적전분열…`심판론`은 안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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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재보선 ◆

매일경제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에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29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4곳 중 3곳에서 여당이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새누리당 3석, 새정치민주연합 0석, 무소속 1석으로 승패가 가려진 것. 이로써 새누리당 의석 수는 157석에서 160석으로 늘어나고, 의석 점유율도 53.4%에서 53.7%로 소폭 증가하게 됐다.

집권 여당이 승리한 까닭은 단합해도 부족할 야권이 분열한 데다 민심이 일꾼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11시께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새누리당사 상황실에서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김무성 대표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집권 여당과 박근혜정부에 힘을 실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확실히 일하라는 명령인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새누리당은 지역 일꾼을 뽑아 달라고 강조했다"며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야가 합의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당사에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유승민 원내대표, 이군현 사무총장, 원유철 정책위 의장, 김을동 최고위원 등이 일찌감치 당사를 찾았고 김무성 대표는 승리가 예고된 오후 10시 45분께 선거상황실을 찾았다. 당초 서울 관악을과 인천 서강화을에서 초박빙 승부가 예견되면서 당사는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였지만 오후 10시께 수도권 후보들 승전보가 전해지자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3석을 확보한 데 대해 "세 곳 모두 소중한 승리지만 특히 27년 만에 관악을에서 당선된 것은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라며 "어깨가 무거운 것을 느끼고 국민 여망에 정말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에 호재로 작용한 것은 무엇보다 야권 분열이었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공석이 된 3개 선거구에는 모두 야권 후보들이 난립했다. 통상 재·보선은 새누리당 지지층인 노인층 투표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최대 호재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거물급 정치인인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야당 텃밭인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에 각각 출마한 것이 결정적 변수였다. 선거 중반 수세에 몰린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디딤돌 삼아 '정권 심판론'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민심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선거 전략 면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철저하게 '지역 일꾼론'만 내세웠다. 작년 7·30 재·보선에서는 지도부가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혁신작렬' 춤을 춘 데 이어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가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집권 여당이 알뜰 살림꾼이라는 뜻에서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를 외쳤다.

또 성완종 후폭풍을 최대한 피하고자 박근혜정부에 대한 언급도 최대한 자제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지역경제를 부활시킬 적임자라는 점만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해 지역 예산을 확보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수도권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고 지역개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김 대표는 유세 막바지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당으로 번질 것을 염려해 당·청 간에 선긋기도 시도했다. 청와대가 미온적으로 움직이자 기민하게 대응한 것. 특별검사 수용 발표, '이완구 총리 사퇴'라는 당내 의견 전달, 대통령 사과 요구라는 카드를 동시에 던지면서 위기를 돌파했다는 평이다. 김무성 대표는 당·청 관계 축이 당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틀린 이야기"라며 "지금까지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4대 공공 개혁을 꼭 성공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승리를 거머쥔 김무성 대표는 당내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보름 만에 치른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도 15곳 중 11곳을 석권하며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지도부 체제를 붕괴시켰고, 이를 토대로 당내 친박계 불만을 누르기도 했다.

이번 선거 승리로 당내에서 김무성 대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반발로 지명을 못하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장과 지명직 최고위원도 조만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또 김 대표가 강조한 완전국민경선제인 오픈프라이머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어려운 지역에서 승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주민들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한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상향식 공천이고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자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직전 발표한 강도 높은 대국민 메시지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데는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은 과정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며 수세에 몰린 정국을 공세로 전환한 바 있다.

[신헌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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