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텃밭서 참패한 문재인…차기 대권가도 빨간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4·29 재보선 / 새정치민주연합 '멘붕' ◆

매일경제

곤혹스러운 文
문재인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충우 기자]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천 서강화을을 제외하면 모두 야당의 텃밭 선거구였다는 점에서 패배의 충격은 그 어느 재보선보다 크다는 평가다. 특히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지역구였다. 텃밭도 지키지 못한 문 대표가 과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를 놓고도 여당의 물타기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당장 당내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패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 문 대표는 29일 저녁부터 자택에 칩거하며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경고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선거 결과가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를 덮는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정부여당이 민심을 호도해 부정부패의 진상규명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에 임하는 문 대표의 최대 실책은 전략공천을 배제한 채 경선원칙만 고집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천정배·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를 촉발시켜 야권분열의 원인이 됐다. 만약 지명도와 경쟁력있는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면 천정배 의원·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가 무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천정배 의원에게 패배한 조영택 후보는 과거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이 있는 데다 광주 서갑에서 서을로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했다. 천 의원에게 '야권분열'이라고 공격하기에는 명분이 약한 후보가 경선 원칙에 의해 공천된 셈이다.

서울 관악을에서는 경선을 통해 정태호 후보를 공천했지만 탈락한 김희철 전 의원에게 '경선부정'으로 공격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이 권리당원 명부 누락, 여론조사 조작 등의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에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김 전 의원 측 일부 인사들이 정동영 후보를 지원하면서 정태호 후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결국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당내 경선의 부작용이 모두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표의 호남 민심을 아우르는 리더십 부재도 비판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권노갑 당 상임고문, 박지원 의원 등의 지원을 이끌어냈지만 바닥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이들의 지원 천명에도 불구하고 호남 출신들 사이에서 "언제 적 동교동계냐"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특히 권노갑 고문의 '6대4' 지분 발언은 문 대표와 동교동계 사이의 '은밀한 뒷거래' 같은 인상을 줘 오히려 호남 민심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의원이 탈당과 무소속 출마의 수순을 밟기까지 당지도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문 대표가 정동영 후보를 한 번도 접촉한 적이 없고 천정배 전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 뒤 형식적 만남을 가진 것 외에 두 사람을 잡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표가 취임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7·30 재보선 직후 사퇴한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의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한 비판은 나올 수 있지만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 총사퇴 등의 극단적 요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문 대표가 '통 큰 리더십'을 선보이며 당 운영기조를 바꾸는 데 성공하더라도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천정배 전 의원이 선거 때 공언했던 것처럼 야권 재편에 나설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인사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후보들이 모두 낙마하면서 실질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상규(관악을)·조남일(광주 서을)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중 사퇴했으며 유일하게 완주한 김미희 전 의원(성남 중원)도 8.46%의 득표율로 두 자릿수 득표에 실패했다.

[박승철 기자 /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