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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레이더P] 이번에도 예외없는 순방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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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 정말 뭐에 씌운 것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기자에게 한숨 섞인 소리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중 불상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위해 떠난 지 5일 만에 국무총리 사의 표명이라는 중차대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바람에 뉴스 중심에서 박 대통령이 멀어지면서 기대했던 해외 순방 성과도 저 멀리 사라졌다.

13번 순방 때마다 사건·파문 불거져
순방 성과 묻히고 근심 속 귀국


박 대통령은 이번을 포함해 모두 13번 해외 순방을 갔는데 떠날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졌다.

가깝게는 지난 3월 박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중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이라는 '돌발 사건'이 터졌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행사에 방문한 리퍼트 대사는 흉기를 든 괴한의 공격을 받아 얼굴을 크게 다쳤다. 다행히 이후 걱정했던 한·미동맹 균열 등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을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는 취임 후 첫 미국 순방길이던 2013년 5월 시작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을 돕던 인턴을 성추행하면서 해외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통령의 미국 일정은 첫 단추부터 만신창이가 됐다.

그해 6월 두 번째 순방인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정국을 뒤흔들어 놓았다. 남 전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다. 사상 초유로 두 국가 원수의 대화록이 공개됐다.

또 그해 9월 박 대통령이 러시아와 베트남을 순방했을 때는 입법부와 사법부에서 '징크스'의 불씨가 시작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이 불거지고 여기에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사건까지 겹쳤다.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다녀온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서유럽을 찾았던 5차 순방 때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가 있었다.

이후에도 사상 초유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국정원 직원의 자살기도,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논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중국발 개헌 논의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다.

이런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정작 박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활성화' 행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래저래 27일 돌아오는 박 대통령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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