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도약이냐 추락이냐’… 여의도 거물들의 ‘재·보선 열국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여야 간판급 정치인들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광주 서을, 경기 성남중원 4곳에서 치러지는 ‘미니 선거’이지만 내년 총선을 딱 1년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미리보는 20대 총선’으로 받아들여진다. 단순한 ‘전초전’이 아니라 정치인 개개인의 명운이 걸려 있는 ‘서바이벌 게임’ 양상까지 띠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규모는 작아도 등장인물은 매머드급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550년을 다루면서 수많은 인물과 일화·고사성어를 녹여낸 <열국지(列國志)>에 비견할 만하다.

경향신문

■ ‘보수대표, 권토중래’ 여당 잠룡

여권에서는 이번이 ‘김무성 대표의 선거’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해 7월 새누리당 대표 취임 이후 9개월의 성적표인 동시에 보수층이 내년 총선을 그에게 맡겨도 될지를 판단하는 잣대다. 여당이 확실히 승리하면 2017년 대선까지 김 대표 앞에는 탄탄대로가 열릴 수 있다. 직함만 ‘대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보수 진영 대표’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권토중래’를 꿈꾼다. 이들은 재·보선을 ‘힘을 회복해 다시 쳐들어 갈 기회’로 보고 지역에서 ‘후보 도우미’를 자처했다. 지난해 6월 경기지사 퇴임 이후 ‘보수혁신’ 임무를 맡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김 위원장은 경기 성남에,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역풍을 맞고 외국을 떠돌던 오 전 시장은 관악을에 ‘전직 단체장’의 명예를 걸었다. 이를 징검다리 삼아 여권 핵심으로 우뚝 설지, ‘고만고만한 잠룡’ 대열에서도 탈락할지가 걸려 있다.

여당 유일의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두 차례 낙선한 광주 서을에서 “광주 시민들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저는 쓰레기”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 최고위원도 ‘재활용’돼 재탄생하겠지만, 득표율이 현저하게 낮을 경우 진짜 버림받은 존재가 된다.

경향신문

■ ‘추종불허, 와신상담’ 야권 재편

이번 선거는 야권에 더욱 중요한 선거다. 4개 선거구 가운데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3군데는 전통적 야당 강세 지역이다. 지난 2월 당 대표에 오른 이후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는 ‘실력’을 보여줄 기회인 동시에 ‘거품’처럼 인기가 꺼질지 모르는 위기다. 확실한 승리를 따낸다면 여야 통틀어 ‘추종불허’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겠지만 패배 시 책임론 부담도 그만큼 크다.

대선 라이벌이자 협력자였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일단 ‘선당후사’를 내세웠다. 사실상 ‘지분인정’을 요구하며 문 대표 지원을 주저했던 동교동계와 물밑에서 ‘암중모색’ 중인 친노들과 달리 안 전 대표는 거리유세에 동행하는 등 ‘일단 돕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계산이다.

‘둥지’인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직접 선거에 뛰어든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은 ‘새(鳥)정치’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와신상담’ 재기를 벼른다. 각각 통일부·법무부 장관을 지낼 당시의 ‘고토회복’을 꿈꾸고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