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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심대출 광풍주의보…자칫하면 `근심대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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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전환대출 후폭풍 ◆

매일경제

안심전환대출 2차분 접수가 시작된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국민은행 본점 영업부 대출 창구에서 소비자들이 안심전환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해 연 3.5% 변동금리·일시상환 조건으로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2억원 받았다가 이번에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다. 연 2.65% 고정금리로 20년 만기 원금 분할상환으로 바꿨더니 매월 108만원가량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원래 매달 59만원가량의 이자를 갚았는데 상환 부담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2배 가까이 늘었다. 김씨 연봉은 4000만원으로 월 급여가 330만원가량 되는데 앞으로 월급의 3분의 1을 오롯이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김씨는 총이자가 줄고 만기 상환 부담이 없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씨는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난 만큼 다음달부터 불필요한 외식비나 쇼핑은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며 "소득이 더 늘지 않는 한 긴축 살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에 중산층 이하 대출자(차주)들이 대거 몰리면서 당장 4월부터 차주들의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만 갚던 대출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서 매월 갚아야 할 금액이 이전보다 2배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소득자나 고정 소득이 있는 직장인은 상관없겠지만 경기를 많이 타는 자영업자나 저소득층 가계에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며, 경기가 악화될 경우 연체에 따른 '빚 돌려막기'까지 우려되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가 안심전환대출 차주를 중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차주들의 평균 소득은 4100만원, 월평균 소득은 341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귀속 연평균 소득 약 525만원(4인 가구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도 연평균 소득 6000만원 이하 차주가 약 70%에 달했다며 '중산층 이하' 고객들이 주로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금융위 설명이 맞다면 과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충분히 있을까 하는 점이다.

차주들의 평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8.8%로 단순 계산 시 가구당 월평균 상환액이 98만4000원에 달한다. 평균치로만 따지면 매달 월급의 3분의 1을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가계의 총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고정된 소득에서 소비를 줄여서 갚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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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까지 19만가구가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한 점을 감안하면 매달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차주가 갚아야 할 금액은 대략 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어디선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분석에 대해 DTI·LTV는 차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1조1000억원 규모, 1만건을 미시 분석한 결과 한 건당 평균 대출액이 1억1000만원이기 때문에 금리 2.7%를 적용해 2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을 적용하면 월 54만원가량을 갚으면 된다는 분석이다.

2주택자나 고소득자뿐 아니라 소득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산층 이하의 가계까지 안심전환대출에 과도하게 몰리면서 2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소득이 증대하지 않고 오히려 경기 악화로 소득이 감소해 원금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 마이너스대출로 돌려막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빚 폭탄을 돌려막기하는 셈이 돼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당초 은행들에 고객들이 본인 소득과 상환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도록 안내를 충분히 했다"면서도 "소득이 빠듯한 가계는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위험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에 부실이 생기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택금융공사로 돌아간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이 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하고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채권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MBS가 부실이 나면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 모기지를 대량으로 인수했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나중에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파산 위기에 내몰려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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