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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안심대출 연장에 엇갈린 표정···정책 소외층 불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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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연장 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청을 완료하지 못한 대출 희망자들은 안도하고 있지만 정책 혜택에서 소외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계부채 안정화 차원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안심전환대출 출시에 협조했던 시중은행들도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2금융권·정책자금 대출자들은 ‘분통’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 기회를 놓친 대출 희망자들은 정부의 한도 확대 결정에 화색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존 대출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이거나 정책자금대출, 2금융권 대출인 사람들은 신청자격에서 제외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자의 경우 정부가 지금까지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권장해온 것을 생각하면 정부 시책을 먼저 따랐다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꼴이 됐다.

경향신문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서울 KB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자들이 전용 창구에서 상담과 함께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저축은행, 보험 등 제2금융권 대출자의 경우, 은행 대출보다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가장 큰 위험 고리에 해당할 수 있는데,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의 2금융권 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자격 요건은 되지만, 두 배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는 월 상환액 증가 부담 탓에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지 못하는 대출자들도 한숨만 내쉬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의 애초 도입 취지가 대출 구조를 변동금리·일시상환에서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전환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자를 대상에 포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금융사별로 금리와 담보여력, 대출구조가 복잡해 통일된 전환상품을 협의해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며 “2금융권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회사들도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는 2금융권 대출자의 경우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상품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신규대출 금리도 낮춰달라”…은행들도 불만

안심전환대출의 금리가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음에 따라 시장에서 금리를 둘러싼 혼란도 증폭되고 있다. 은행들이 가장 골머리를 싸매는 문제는 은행 고객들의 ‘대출금리 기대치’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 이후 다른 ‘대출 갈아타기’ 수요도 올스톱된 상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내 안심전환대출이 졸속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출시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성명에서 “안심전환대출은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대출자와 은행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라며 “서민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계획보다 늘면서 은행들도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평균 변동금리는 연 3.5%대로, 이 금리 대출자들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은행은 1%포인트에 가까운 대출금리 손실을 보게 된다.

중도상환수수료도 받지 못하는데 별도로 이를 보전할 방도도 없다. 앞서 대신증권은 안심전환대출 1차 한도인 20조원이 소진된다는 가정하에 전체 은행권 손실이 1천400억∼1천6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에 따라 은행당 250억∼500억원의 순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초저금리로 예대금리차가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이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재원도 사실상 은행권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불만은 거세다.

은행들은 안심대출로 전환한 규모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MBS 보유가 유동성 비율 등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성명을 내고 “안심전환대출은 비교적 능력 있는 대출자에게 저리의 돈을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몰리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정책의 대상이 잘못됐음이 증명된 이상 한도를 늘리지 말고 정책목표를 새로 정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앤라이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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