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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안심전환대출’ 강도 높은 비판 “빚내 집 사라면서 가계빚 개선? 흥분제·안정제 섞어 처방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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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 대상 중·상위층 집중… 우선순위·형평성 안 맞아

저소득층 혜택 배려 먼저… 정부 정책 기본조차 안돼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한다면서 한편으론 빚내서 집 사라는 건 흥분제와 안정제를 섞어 처방하는 격이다.”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62·사진)은 26일 정부가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정책 목적이 불분명하고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대증적 처방”이라며 “대출이 원금을 분할상환할 능력이 있는 중·고소득층에 집중될 것이고 가계부채 문제 개선효과가 있을 리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원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한다면서 계속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다”며 “이는 흥분제와 안정제를 섞어 처방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원장의 블로그 글 요약.

경향신문

“안심전환대출은 이자가 싸고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새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하니 인기가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 단순히 인기 폭발했다고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는 정책적 노력과 비용을 엉뚱한 데 쏟아붓고 있다.

정부가 이 정책을 시행하는 취지를 이해한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이고, 이자만 내고 원금은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방식의 단기대출이다. 이자만 갚다 보니 가계부채는 늘고, 원금상환이 몰리는 시기에는 가계부채가 집단 부실화될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대출을 고정금리 장기분할방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가 하는 점과 안심전환대출의 정책디자인과 집행방식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첫째, 수혜대상이 잘못됐다. 지금처럼 거의 모든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실시한다면 선착순 방식으로 배분할 수밖에 없다. 혜택을 받을 대출자가 한정돼 있다면 가장 필요한 가계에 집중돼야 할 것이다. 저소득 한계가구,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에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 무차별적 정책집행은 공평한 것이 아니라 정책의 기본조차 안됐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둘째, 대출을 원금분할상환 방식으로 많이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되고 가계의 부담능력에 맞춰 서서히 추진해야 한다. 겨우 이자만 갚는 저소득 한계가계의 경우 원금을 분할상환토록 하면 연체만 늘 뿐이다. 일정 기간 원금상환을 유예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저금리 혜택을 줌으로써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주택담보대출이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보다 안전한 편이고, 은행권 대출이 비은행권보다 안전한 편이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부실화 위험이 낮다. 그런데 정부의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덜 안심’되는 가계부채를 먼저 구조개선해서 ‘더 안심’되게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넷째, 정부의 이중적 행태가 문제다. 가계부채 구조개선 한다, 가계부채관리협의체를 만든다면서 한편으로는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대출 전환으로 인한 금리 차이를 정부가 떠안는 구조다. 그렇다면 가장 도움이 절실한 계층부터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소득이나 계층과 무관하게 선착순 신청을 받고 있고, 당장 원금상환이 버거운 저소득층은 배제된다는 것이다. 이 전 원장은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가 정작 비용이 드는 안심전환대출은 보편적 복지 수준으로 하고 있다. (선착순으로) 국민들에게 100m 경주를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금융위 “저소득층 지원은 별도로 하겠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의 비판에 대해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일시상환 대출로 쏠려 있는 가계부채 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지, 사회정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지원은 서민금융상품을 보완해나가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의 핵심은 ‘분할상환’이고 이것이 가계부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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