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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르포]"새벽부터 줄섰어요"… 안심전환대출 첫날 은행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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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 조기 소진 소식에 은행 개점 전부터 고객들 대기

상담까지 1~2시간은 기본… 곳곳서 직원 고객 간 승강이

뉴스1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은행 본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 고객들이 개점시간을 기다리며 줄 서 있다. 2015.3.24/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뉴스1) 송기영 기자,이현아 기자,문창석 기자 = 거치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 중반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전국 은행 영업점은 몰려오는 고객들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 달 한도 5조원이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영업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고객도 있었다.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 영업점에는 고객들이 문 밖으로 수십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상담까지 2~3시간이 소요되는 지점도 속출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영업점에서는 은행 직원과 고객 간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은행들도 대책반을 꾸리는 등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이날 10시 현재 안심전환대출 승인건은 5941건, 승인액은 7810억원이다. 은행이 지점이 문을 연지 1시간만에 7810억원이 소진된 것이다.

◇ "한도 소진될라" 새벽부터 영업점서 대기

이날 오전 9시께 경기도 일산의 신한은행 일산강촌마을점에는 문을 열자마자 10여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렸다. 모두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한 고객들이었다.

대출과 관련해 대기하는 고객은 10명을 넘은 반면 일반 입출금 업무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자리가 모자라 일부 고객이 서서 기다리자 은행 측은 소파 외에 따로 이동식 의자를 설치하기도 했다.

은행 측은 대출상담 창구 인원을 평소보다 늘리고 입출금 창구는 줄이는 방식으로 대비했지만 고객이 몰리자 일부는 상담까지 2~3시간 가량 기다려야 했다. 안심전환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시간이 한 고객당 30분씩 걸리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한 명당 서류에 도장을 30~40번 이상 찍어야 한다"며 "창구에서 서류 작성시 약정서·개인정보조회동의서 등 기본 서류가 신규 대출과 비슷하게 들어가다보니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류작업 뿐만 아니라 관련 상담을 같이 진행해야 하는 것도 진행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라며 "상환 기간이 다른 것과 원금 분할상환 등의 사항을 일일이 안내하고 고객이 이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 개점 시각을 기다려 방문했다는 한 중년 여성은 "오늘 사람이 몰려 혹시 신청을 못 할까봐 어제 은행에 들러 미리 서류를 쓰려 하기도 했다"며 "오늘 아침 은행 문이 열리자 마자 와서 전환대출 신청을 할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된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주변 은행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은행 영업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한 고객이 몰렸다.

오전 9시30분께 국민은행 김포 풍무동 지점에는 10여명 이상의 고객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9시28분 당시 번호표의 대기인원수는 28명이었다.

고객은 대부분 40~50대 중년이 주를 이뤘으며 간간히 30대 신혼부부의 얼굴도 보였다. 국민은행은 기존 대출창구 두 곳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늘어난 반면, 상담을 끝낸 고객 수는 줄어들지 않아 약 1시간 뒤인 10시40분 당시 대기인수는 35명으로 늘었다. 반면 1시간30분 동안 상담을 받은 고객은 9명에 불과했다. 영업점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 있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영업점을 찾은 30대 여성 고객은 "은행 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오면 기다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전 9시에 왔는데도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며 "문이 열리기도 전인 8시30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은행이 문을 빨리 열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한은행 김포 풍무동 지점에는 오전 10시께 대출 관련 대기 인원이 12명이었다. 신한은행 직원은 고객이 방문하자 영업점 입구에서 안심전환대출 때문에 왔느냐고 물은 뒤 어디서 대출을 받았는지, 구비서류를 준비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신한은행 직원은 "기존 대출 받은 지점이 아니면 서류를 넘기는데 이틀 정도가 걸리는데, 그 사이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소진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점으로 가는게 좋다"며 "대기 인원이 많아 적어도 5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고 신규 입주 물량보다는 손바뀜 정도에 그치는 서울쪽의 상황은 다소 달랐다.

우리은행 송파구청점에는 문열자마자 3명이 왔지만 상담만 받고 돌아갔고 역시 우리은행 잠실중앙점도 상담만 몇번 있는 정도였다. 신한은행 잠실점과 하나은행 잠실점도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 영업점 곳곳서 직원과 고객 승강이… 은행들 대책반 가동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직원과 고객 간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1곳의 안신전환대출 전담 창구를 운영한 서울 잠실의 한 은행 영업점은 고객들이 몰리자 지점장이 직접 나서 양해를 구했다.

지점장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시면 우선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되시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이에 고객들은 "창구를 더 열어 손님을 받아야 하지 않냐"고 따졌다.

한 고객은 "지점장도 직접 창구에 앉아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으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포시 풍무동의 한 지점도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30대 여성은 "예금창구나 다른 창구 직원들이 놀고 있는데 왜 안심전환대출 상담 창구를 늘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함께 기다리던 다른 고객들도 "오늘 내에 접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은행 측에 항의했다.

헛걸음을 한 고객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의 한 지점을 찾은 강모(50·여)씨는 전날 전화상담을 통해 안심전환대출 대상임을 확인하고 이날 일찍 영업점을 찾았다. 그러나 영업점 직원이 "조회 결과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아니다"고 하자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결국 이 영업점 부지점장까지 나서 강씨에게 사과하고 나서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강씨는 "전화 상담을 할 때는 상담원이 분명 안심전환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영업점 직원이 말을 바꿨다"며 "아침 일찍부터 나와 영업점을 방문해 기분만 상했다"고 했다.

일부 은행 직원 중에는 직장 급여가 들어오는 25일과 겹치지 않아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한 영업점 직원은 "24일 첫 출시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25일에는 직장인들의 급여 관련 은행 업무가 많아 여기에 안심전환대출까지 겹쳤으면 정말 죽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책반을 꾸리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본점 직원 180명을 영업점에 파견했고 별도의 기동인력반 40명도 편성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지주 회장(행장 겸임)이 직접 여의도 본점에서 고객들을 맞아 창구 분위기를 살피고 설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비상대책반을 구리고 고객이 몰리는 영업점에 파견하기로 했다.

안심전환대출의 자격 요건은 대출받은 지 1년이 지나야 하고 최근 6개월 동안 이자 연체가 없어야 한다. 은행권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만 가능하다. 고정금리라도 고정금리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도 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잔액 5억원 이하인 경우만 가능하다. 또 기존 대출금 내에서만 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대출잔액이 3억원이라면 안심전환대출도 3억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유형은 대출 실행일부터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된 '기본형'과 5년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금리조정형' 중 선택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날 간부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의 월별 한도가 너무 빨리 소진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rck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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