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24일부터 취급 개시 ‘안심전환대출’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소득층에 10배 이상 유리’ 분석… 중도상환수수료 없어 폭주 예상

대상 200만인데 ‘지점당 7명 꼴’… 1차분 5조원 ‘조기 완판’ 확실

경기 수원에 사는 성모씨(33)는 재작년 말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9000만원을 빌렸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이자율은 연 3.75%에 달한다. 24일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연 3% 이상의 이자를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연 2.5~2.6%의 원금 또는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상품이지만 성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현재 성씨는 매월 28만원씩 이자를 갚지만, 대출을 갈아타면 매월 85만원씩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씨는 “서민들이 매월 80만원 이상의 원리금을 어떻게 갚겠느냐”고 말했다.

시중은행 PB인 ㄱ씨는 매일 수건씩 고객들의 안심전환대출 문의전화를 받는다. ㄱ씨는 “자산가들이 많은 PB센터 고객들 중에서도 주로 자신이나 자녀들이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며 “원리금을 같이 낼 여력이 있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기존 대출을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24일 출시된다. 연 2%대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시중은행에서는 ‘조기 완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없고,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서민들이 이용할 가능성은 낮아 이들을 위한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경향신문

LG경제연구원이 22일 발표한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진단’ 보고서를 보면 현재 3% 수준의 변동금리로 5000만원 대출을 이용 중인 가계가 10년 만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경우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가구는 연간 추가로 납부해야 할 금액이 연간 가구 소득(825만원)의 50.5%를 차지했다. 반면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 가구는 추가 납부 금액이 연간 가구 소득(1억825만원)의 3.9%에 불과했다.

또 저소득층의 담보대출 증가속도는 가장 빠르고, 부채 상환능력은 가장 빠르게 약화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안심전환대출이 가장 필요한 것은 저소득층인 셈이지만 원리금 상환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에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영무 연구위원은 “안심전환대출은 늘어나는 원금상환 부담으로 소득 하위 계층보다 소득 중상위 계층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구조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인데 정작 가계부채로 고통받는 이들인 저소득층에는 혜택이 거의 없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조기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연 2.5~2.6%대의 낮은 금리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의 올해 총 재원은 20조원으로 이달에 공급되는 1차분 물량은 5조원 수준이다. 적용가능 대상은 200만명에 달하지만 전국 은행지점 수(7306개)를 감안하면 지점 1곳당 6.8명이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공급되는 20조원을 감안해도 지점 1곳당 안심전환대출 이용자 수는 27명 정도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때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은행업계는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되면 저금리로 갈아타려는 중산층들의 전환대출 신청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이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1차 물량이 일찌감치 소진돼 버리면 전환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의 항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