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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레이더P] 靑 3자 회동서 돋보인 이병기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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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를 만나고있다.[사진 = 이충우 기자]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간 첫 3자 회동이 있었다. 103분간 회동 후 박 대통령은 퇴장했지만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남아 약 2시간 동안 양당 대표들과 별도로 만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이는 2013년 9월 16일 박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이병기 실장으로 교체됐을 뿐인데, 이번 회동과 2013년 회동은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회동을 타진하고 의제를 조율하는 청와대 메신저가 달랐다.

2013년 회동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김한길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노웅래 의원에게 회동을 타진해온 청와대 측 인사는 김 전 실장이었다고 한다.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정무수석이 있음에도 청와대 비서실을 장악하고 있던 김 전 실장의 업무스타일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하지만 초반 의제 협의 과정에서 김 전 실장과 노 의원 간 불협화음이 이어졌고, 결국 김 전 실장 대신 박준우 당시 정무수석이 교섭 창구로 나서게 됐다. 노 의원의 아버지인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과도 친한 사이인 김 전 실장이 노 의원을 편하게 대하려 하자 노 의원이 예의를 차릴 것을 요구했고, 이런 모습 등에 대해 김 전 실장이 불쾌해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자율권이 없었던 박 전 수석이 사안에 대해 즉각 결정을 내려주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이번 회동에는 조윤선 정무수석이 새정치연합의 김현미 대표비서실장을 직접 상대했다. 둘은 지난 15일 오전 40분간 별도로 만나며 의제를 조율하기도 했다. 조 수석이 상당한 권한을 갖고 협상에 나섰다는 게 새정치연합 측 얘기다. 이 실장이 각 수석비서관들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주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합의문 유무도 큰 차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민주당 장외투쟁 정국 속에서 만났던 2013년에는 서로 간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7개 항목을 요구했던 김한길 당시 대표는 "정답이 하나도 없었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반면 이번에는 발표문이 청와대와 여야 합의를 통해 나왔다. 회동을 끝낸 뒤 합의문을 내자는 것은 김현미 비서실장이 조 수석을 만났을 때부터 요구했던 사항이다. 발표문이 나온 배경엔 이 실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실제 최근 만난 청와대 관계자들은 내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였다고 한다. 이 실장은 국정원장 시절 직원들이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보고하는 것에 대해 인력·시간 낭비라고 지적하며 간단하게 문서로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또 지난 16일 민방위훈련에도 이 실장이 참여해 직접 심폐소생술 훈련 시범을 보였다. 또 이 자리에서 모든 행정관들과 돌아가며 식사자리를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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