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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home&] 포대기와 천 기저귀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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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메는 아기띠→포대기, 종이기저귀→천 기저귀 … 육아용품의 역진화



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오래 전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육아용품들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버클대신 포대기처럼 몸에 둘둘 감는 아기띠는 대표적인 육아용품의 ‘역진화’ 사례다. [모델: 김진경(왼쪽)·김동현]



직접 손으로 만든 오가닉 코튼재질의 저고리·바지·신(사진 위). 천기저귀 종류도 다양해졌다(사진 아래 왼쪽).땅콩 모양(왼쪽)과 일체형.

주부 이유경(39·경기도 군포)씨는 첫째(세 살)에 이어 둘째(한 살) 아이에게도 천 기저귀를 채운다. 이씨는 “천 기저귀는 바람이 잘 통하는 데다 요즘은 기능성 제품도 많이 나와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 천 기저귀는 사각 모양뿐 아니라 땅콩 모양, 일체형 등 다양한 형태가 나와 있다. 엄마들의 선택이 달라지고 있다. 편한 것을 버리고 다소 번거로운 옛것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다. 이에 맞춰 육아용품도 ‘역진화’하고 있다. 옛것의 장점을 살리고 불편한 점을 보완했다. 기능성 천 기저귀, 디자인이 가미된 포대기, 식품첨가물로 만든 세제 등이다. 옛 엄마들처럼 오가닉 코튼(organic cotton·유기농 면직물)으로 직접 아기 옷을 짓는 주부도 늘었다. 아토피·환경호르몬을 걱정하는 젊은 주부들이 늘면서 친환경·자연주의 경향의 용품을 택하는 것이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번거로워도 옛것이 아기에겐 좋아”

이유경씨의 아이들은 천 기저귀에 기저귀 밴드 하나로 여름을 난다. 이씨는 “소창(이불 등의 안감)으로 만든 기저귀 위에 밴드만 덧댄다”며 “옛날 아이들이 기저귀에 노랑 고무줄 차고 다니는 것처럼 시원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요즘 천 기저귀는 아이들 체형에 맞춘 땅콩형, 외출해도 찰 수 있는 방수 팬티형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종이 기저귀 못지않게 흡수가 빠르고 무엇보다 화학물질 걱정이 없다. 천 기저귀는 한 장에 3000원 선으로 종이 기저귀에 비해 비싸지만, 빨아서 다시 쓸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주부가 늘면서 천 기저귀 판매도 증가세다. 천 기저귀 업체 펀비즈 베이비앙 김성만 본부장은 “올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천 기저귀는 종이 재질에 비해 흡수성이 떨어져 하루에 10~20번 갈아 줘야 한다. 빨래 역시 자주 해야 한다. 하지만, 아기를 자주 챙기게 돼 더 친근해지고, 아빠도 육아에 동참시키는 명분이 되는 건 또 다른 장점이다.

의학적으로는 천 기저귀와 종이기저귀가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는 “요즘은 화학물질이 없고 통기성이 좋은 종이 기저귀도 많이 나와 있어 아기 피부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기저귀 종류보다 얼마나 자주 갈아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기띠도 포대기 형태의 천을 몸에 둘둘 감아 쓰는 형태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등 부분에 버클을 채워 쓰는 아기 띠보다 아이를 안을 때 밀착감이 뛰어나다. 띠가 아닌 널찍한 천이라 허리 부담이 덜한 것도 장점이다. 아기를 업은 모양이 꼭 옛적 포대기를 앞쪽으로 돌려놓은 것과 비슷하다. 포대기 모양 아기띠를 쓰고 있는 주부 이성윤(35·경기도 용인)씨는 “버클 형태보다는 착용하는 데 시간은 더 걸리지만 아기 몸을 전체적으로 지탱할 수 있고 꼭 품에 안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포대기형 아기띠 업체 ‘모비랩’ 강무균 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육아용품 직접 만들기



OE의 오가닉 코튼 인증마크. ‘OE100 STANDARD’는 100% 오가닉 코튼, ‘OE BLENDED STANDARD’는 오가닉이 아닌 재질이 섞인 것을 의미한다(사진 왼쪽). GOTS의 오가닉 코튼 인증마크. 오가닉 코튼과 관련한 가장 공신력있는 마크 중 하나다.

유기농 면직물로 각종 육아용품을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 강좌도 젊은 엄마들 사이에 유행이다. 특히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출산 준비와 태교를 위해 배우는 이가 많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백화점·대형마트 문화센터마다 강좌가 열리고 지역 DIY 가게에도 수강생 수가 늘고 있다.

임신 26주에 접어든 주부 성은지(29)씨는 “아토피가 있는데 아이도 그럴까 봐 걱정돼 좋은 면으로 된 옷을 직접 만들어 주려고 지역 문화센터에서 배우기 시작했다”며 “배우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태교도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강좌는 처음으로 바느질을 해보는 초보 엄마들을 위해 구성돼 있다. 배냇저고리, 턱받이, 손·발싸개뿐 아니라 인형·장난감 등은 이미 도안이 돼 있고 올풀림 방지까지 된 세트도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유기농 코튼DIY’ 김원미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여름 수강생 숫자가 2배 가까이 늘었다”며 “만들기도 간단해 젊은 주부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유기농 면직물을 구입하려면 인증 마크를 확인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유기농 단체들이 각자 기준을 가지고 인증 마크를 부여하지만, 면직물에 특화된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국제적으로도 공신력 있는 마크로 가장 널리 인정받는 것은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국제유기농섬유기준)와 OE(Organic Exchange·유기농 거래) 인증 마크다. GOTS는 미국·독일·영국·일본의 유기농 단체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검증한다. OE 마크는 미국에 본부를 둔 유기농 섬유 전문협회인 TE(Textile Exchange·섬유 거래)가 검증한다. 이 단체들은 유기농 면직물을 기르는 농장부터 섬유가 만들어지는 과정 전체를 추적해 인증한다.


구연산(citric acid)·베이킹소다와 같은 천연 식품첨가물을 세제 대용으로 쓰는 주부도 늘고 있다. 구연산은 녹을 없애기 위해 쓰이는 등 세척력이 확인된 물질이다. 베이킹 소다 역시 천연 섬유유연제로 쓰이고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유럽·일본 등에서 많이 쓰는데 몇 년 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국내에서도 주부 사이에 알려졌다. 주부 윤은정(34·서울 하계동)씨는 “아기 피부가 걱정돼 세제 대신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로 빨래를 한다”며 “옷 색깔을 선명하게 하는 등 합성 세제보다는 못하지만, 헹구는 데 물도 덜 들고 화학물질 걱정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 관계자는 “식품첨가물의 원료로 쓰는 친환경 세제의 판매량은 최근 3년간 매년 30~5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xdrag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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