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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현직 부장판사가 포털에 보수편향·막말 댓글 수천건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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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희생자 어묵비하 수사에

“표현의 자유 짓밟은 것”

대선개입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종북세력 수사 고생했는데…”

대법원 조사뒤 조처 방침 밝혀


현직 부장판사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 있는 온라인 기사에 보수적 편향을 드러낸 댓글 수천건을 써온 것으로 드러나 대법원이 조사에 나섰다. 대법원은 이 판사가 수천건의 댓글을 쓴 경위와 내용 등을 확인해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이아무개 부장판사는 최근 정치적 논란이 된 이슈들에 대해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주로 달아온 것으로 11일 드러났다. 그는 대선 개입 등 혐의로 9일 법정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종북세력을 수사하느라 고생했는데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취지로 댓글을 올린 데 이어,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으로 비유한 사진을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린 혐의(모욕)로 구속된 20대에 대해서는 “모욕죄 수사로 구속된 전세계 최초 사례로 표현의 자유를 짓밟은 것이다. 외국에서 본다면 비웃을 일”이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연말 정국을 강타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사건에 대해도 청와대의 논리를 적극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검찰 수사 내용이 맞는 것이며, 비선 실세 의혹은 허위날조”라고 썼다. 이어 청와대가 정씨 딸의 승마대회 승부 논란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필요가 없다며, “형법상 죄가 안 되는 것을 뭘 갖고 수사하나.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지 여론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야권과 시민사회세력에 대한 노골적 비난 댓글도 달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과 관련된 촛불집회를 ‘촛불폭동’이라고 표현하는 한편, 야당 성향 누리꾼에 대해서는 “기사 제목만 보고 욕부터 한다. 이러니 야당 대선후보가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이 부장판사는 다음 아이디 2개, 네이버 아이디 1개로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을 통해 “개인적으로 한명의 네티즌 자격으로 글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이 판사가 균형감각을 잃은 글을 써온 것은 사실이고, 그 내용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우선 이 판사를 조사한 뒤 법관으로서 품위 손상 행위라고 판단하면 징계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개의 아이디를 돌려가며 수천건이나 댓글을 달았다고 하니, 경위와 이유 등을 면밀히 조사해보겠다”며 “법관윤리강령에 저촉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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