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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법원 “원세훈, 특정 대선후보 당선·낙선시킬 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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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 뒤집고 “국정원 심리전단 개입 지시 인정”

“자유민주주의 핵심가치 훼손한 행위, 엄단할 필요”

‘정치관여는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논란이 됐던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항소심에서 ‘정치관여도 맞고 선거개입도 맞다’로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법 위반에 대한 판단을 제외하고는 공직선거법 85조1항에 대한 해석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 대선후보 확정 이후는 선거운동

재판부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2012년 8월20일 전의 심리전단 활동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지만, 그 이후의 심리전단 활동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국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여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2012년 8월20일은 유권자인 국민이 정치적 선택을 하기 위해 고려하는 요소들이 후보자 및 소속 정당에 의해 본격적으로 개진되는 등 진지한 공방이 이뤄지는 때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무렵에는 선거국면이 시작됐다고 봐야 하고, 원 전 원장 등은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 등을 보다 무겁게 인식해 기존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 점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12년 8월20일 이후 심리전단 글은 정치글보다 선거글의 비중이 더 많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당시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이를 폄훼하는 글들을 다수 리트윗한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등을 ‘종북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원색적 비난을 한 것 등에 비춰봤을 때 “야당 및 야권 후보자에 지속적인 반대 의사를 일관되게 개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경향신문

■ 목적성·계획성도 인정

목적성이나 능동성, 계획성도 모두 인정했다. 공직선거법 85조1항은 선거운동에 대해 ‘특정 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을 위해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 목적성, 능동성, 계획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2012년 8월20일 이후부터는 이전과는 명백히 구별될 정도로 선거관련 사이버 활동의 규모를 증대시킨 점 등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능동적이고도 계획적인 행위”라고 평가했다. 또한 심리전단의 일사불란한 체계와 당시 정황 등을 고려하면 “공직선거법 85조1항에서 정한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다는 목적이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무죄 이유로 들었던 국정원 직원들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나 원 전 원장의 국정원직 유지의 불투명성 등에 대해서도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에 따라 업무가 수행되는 국정원의 특성상 지시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 국정원이 선거쟁점 의견 전파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국정 전반에 적극적인 개입을 지시하는 발언을 한 점, 4대강 사업,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한 지지와 반대견해에 대한 비난은 국정원법에서 정한 정치관여 금지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보다 형량을 높인 이유에 관해 “국가기관이 사회적 공론이 벌어지는 사이버 광장에 직접 개입하여 마치 익명의 국민인 양 사회적 쟁점 특히 선거쟁점에 관한 의견 등을 조직적으로 전파했다”며 “국가권력의 개입을 전혀 상정하지 못한 채 사이버공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감상을 개진하고 다른 관점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하였던 국민들은 이제 사이버 공론장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의심할지도 모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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