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심 판결에서 핵심은 무엇보다도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 또는 비방하는 정치관여 행위를 한 점은 인정되지만 선거법상 선거개입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 보려면 목적성, 능동성, 계획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정치개입은 유죄, 선거개입은 무죄'라는 내용의 1심 판결은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이 어떻게 별개일 수 있느냐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검찰이 애초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검찰은 1심 판결 이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이례적으로 장고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의 '선거개입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보고, 원 전 원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2012년에 전파한 트윗글 27만3천192건을 분석한 결과 2012년 8월 이전에는 정치 관련 글이 84%∼97%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이후에는 선거 관련 글이 77%로 훨씬 많아졌고 대선을 앞둔 12월에는 선거글이 83%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선거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인 셈이다.
물론 원 전 원장의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질 전망이어서 아직 그의 유무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국가기관이 선거나 정치에 개입했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국민을 기만하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재판부가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은 헌법이 요구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외면한 채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개입한 것"이라며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근본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처절하게 반성하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진정한 최고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는 각고의 노력을 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아예 잃는 일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도 이번 판결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해 소모적 정쟁을 벌이기 보다는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데 머리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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