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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아이폰6發 외산폰 공습…이통3사 ‘장삿속’ 고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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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년 만에 컴백한 ‘록스타’의 인기는 건재했다. 지난 10월 31일은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가 정식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이날은 속칭 ‘불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신상’을 기다리는 수천 명의 대기자들은 기꺼이 밤을 지새웠다. 애플이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으레 벌어지는 일이지만 IT기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왜 스마트폰을 사려고 전날부터 기다리는 거니?”라는 질문들을 어김없이 쏟아낸다. 반복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애플의 ‘팬덤’은 익히 알려졌지만 이번 흥행은 통신사들의 마케팅이 한몫했다. 애플 추종자가 아니어도 ‘기다릴 만한’ 쾌적하고 풍성한 미끼가 제공됐다. 이날 프리스비 등의 애플 리셀러숍과 LG유플러스를 포함한 이동통신 3사는 일제히 화려한 행사를 진행했다. 처음으로 아이폰을 품에 안은 LG유플러스가 가세하며 가입자 유치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 꽤 많은 사은품과 특별 이벤트가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SK텔레콤 앞에는 많은 인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대기자들에게 안락한 빈백 소파가 제공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1000여 명의 대기자들은 편안하게 누워 제품출시 행사 시작까지 제공된 간식을 즐겼다. 영화, 음악, 독서, 게임 등여러 엔터테인먼트 공간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대기자 전원에게 디자이너 제메리 스캇이 디자인한 아이폰 케이스를 선물했다. 적지 않은 액세서리 비용을 아끼고 한정판 아이템도 얻은 것이다. 먼저 도착한 50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디지털카메라, 캡슐 커피머신, 미니 빔프로젝터를 안겨줬다.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는 무리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KT는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예약 가입자들에게 아이폰 전용 충전·거치대, 라이트닝 케이블, 보호필름 부착 등 약 10만원에 상당하는 선물을 풀었다. 맥북에어, 맥미니, 닥터드레 이어폰 등 다양한 경품도 내놨다. 참석자가 200여 명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당첨 확률이 괜찮은 편이었다.

‘애플 새내기’ LG유플러스의 패기도 만만치 않았다. 서초 직영점에 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닛그룹 태티서를 초청해 사인회까지 열었다. 1호 가입자에게 200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제공했고 경품으로 100만원 상당의 47인치 TV, 미니 빔프로젝터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경품전쟁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 제공하는 경품도 보조금으로 간주하고 있다. 출시 행사에서 준 사은품이 처벌대상이 아닌가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방통위 측은 “제공한 경품의 수준을 파악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애플 공식 판매점들은 구 모델 ‘보상판매’를 전면에 내세웠다. 쓰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매장에 반납하면 아이폰6 구매금액 중 일부를 할인해주는 등 행사를 통해 아이폰6 열풍에 적극 뛰어들었다. 프리비스 명동점은 이날 하루 종일 인파가 붐벼 대기고객을 나타내는 전광판이 백단위에서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프리비스 명동점 관계자는 “아이폰 구형모델 유저가 초기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이들이 초기불량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줄을서는 통에 기존의 AS업무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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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된 동대문 대란! 가격경쟁력 얻은 외산폰!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밤을 지새워 아이폰6를 손에 든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바보가 됐다. 지난 2월 몇몇 대리점에 ‘공짜폰’이 풀리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동대문 대란’이 재현됐다. 단통법을 비웃듯 일부 판매점 및 대리점에서 아이폰6 16GB 모델이 6만~8만원대 요금제 이용 조건으로 10만원대 초반에 판매되며 새벽부터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출고가 78만원짜리 아이폰6는 공시 보조금 18만원 외에 각종 할인을 더해도 할부원금이 50만원이 넘는다. 나중에 돈을 돌려주는 불법 보조금인 이른바 페이백 경쟁으로 가격을 낮춘 것이다. 이 보조금은 이통 3사가 뿌린 판매 장려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부터 밤새 줄을 섰던 선가입자들은 ‘개통 철회’를 요구하는 사례가 빗발쳤고 방통위의 강력한 경고로 인해 해당 판매점 및 대리점은 대란 기간에 아이폰6를 수령한 사람들에게 “개통을 철회하겠으니 제품을 반납해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현재 아이폰6 대란에 대해 방통위는 과징금과 함께 관련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여부를 떠나 풍성한 보조금 혜택의 날개를 단 아이폰6 출시 효과는 강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가 출시된 지난달 31일 번호이동과 신규 및 기기변경 건수를 모두 합산한 결과 총 14만411건이 기록됐다.

출시일부터 주말까지 3일 동안 판매된 아이폰6는 약 20만대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4가 지난 9월 26일 금요일 출시돼 29일까지 판매량이 2만4000대에 그쳤다는 점을 보면 상당한 인기라고 할 수 있다. 새 모델 출시로 많은 관심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폰은 국내시장에서 인지도에 비해 점유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0%, LG전자가 27%를 차지했다. 이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 점유율은 5% 수준이다. 이는 4인치대의 작은 화면과 유사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고수하며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타사에 경쟁력이 밀린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더 큰 요인은 보조금이었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아이폰과 비슷한 가격에 출시했지만 통신사들에 많은 판매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원금을 통해 큰 마진을 보장해 왔다. 덕분에 국산 스마트폰은 외산폰에 비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반면 아이폰은 공짜폰이 없기로 유명할 뿐더러 타사 스마트폰과 다르게 후속 모델이 출시된 이후에도 구형 모델의 출고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제한되자 외산폰에 보조금 경쟁이 촉발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조사 지원금으로 100만원 가까운 휴대폰을 낮은 가격에 팔아 아이폰 등 외산폰에 비해 높은 마진을 미끼로 대리점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왔다”며 ”단통법 시행으로 애플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를 가로막던 차별적 보조금 정책이 사라지면서 국내 제조사들은 단말기 출고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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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외산폰의 공습 선택권 늘어나나

그동안 제조사의 보조금을 통한 이통사의 마진 확보 경쟁에 희생양은 외산폰이었다. 2010년만 해도 이통3사를 통해 출시된 외산폰 수는 20종에 달했다.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2011년 외산폰의 종류는 14건으로 줄었고 2012년에는 아이폰5 단 1종만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모토로라, HTC, 블랙베리 등은 줄줄이 한국시장을 떠났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카시오 ‘지즈원’을 출시했지만 판매량은 미비했다.

올해는 단통법의 시행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국내외 제조사 구분 없이 동일하게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바뀌면서 소니는 물론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의 중저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소니는 올해만 4종(엑스페리아E1, 엑스페리아Z2, 엑스페리아Z3, 엑스페리아Z3 콤팩트)의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했고, 에이수스(폰패드7), 에이서(Z150-리퀴드Z5), 화웨이(X3)도 가세해 애플의 아이폰6 or 아이폰6플러스까지 총 9종이 출시됐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말 LG유플러스 알뜰폰 사업자 미디어로그를 통해 선보인 화웨이 ‘X3’는 초기 물량 1000대 판매를 완료하고 추가로 5000대가량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소니의 ‘엑스페리아Z3 콤팩트’는 50만원대의 저렴한 출고가를 무기로 조금씩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 샤오미도 병행수입업체나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공기계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공기계란 소비자가 인터넷이나 직구로 구매해 이통사 유심이 들어 있지 않은 휴대폰을 말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특히 온라인 채널에서 외산 공기계 스마트폰 구매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스마트폰 공기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계를 사서 이동통신사에 약정 가입한 이용자에게 매달 요금을 12% 할인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됨으로써 저렴한 스마트폰을 구매해 통신료를 줄이고 장기계약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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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적어 외면하는 대리점·마트로 향하는 외산폰

외산폰 제조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해 영업력을 높이고 있지만 일선 이통사 대리점의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떨어지는 중저가 외산폰 판매보다 고가의 국산 프리미엄폰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월 6일 외산폰 구매를 위해 강남지역 복수의 이통사 대리점을 찾았다는 박주연 씨(27)는 “원하는 몇 가지 모델을 정하고 가격비교를 위해 상담을 받으러 갔지만 5곳 모두 고가의 제품을 권하며 보조금과 요금할인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미세하다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산폰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유통구조상 이통사 대리점에서 판매량을 늘리지 못할 경우 점유율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아직까지 (이통사의) 텃새나 장벽이 심해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폰을 제외한 제조사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리점 활로가 막힌 외산폰 업체들은 자체적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제히 양판점 개척에 나섰다. 소니와 화웨이는 지난 10월 말부터 하이마트를 통해 자사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유통채널 확대에 나섰다.

소니는 하이마트 잠실 2개 매장을 포함, 압구정, 서울역, 김포공항 등 서울 5개 매장에서 최신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3, Z3 콤팩트 등을 내놨다. 소니는 지금까지 자급제를 선택하면서 온라인 판매 위주로 유통채널을 구축해 왔었지만 단통법을 계기로 이 원칙을 바꿨다. 화웨이는 X3모델을 전국 430여 개 하이마트 매장을 통해 유통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저렴한 가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화웨이는 이베이코리아와 MOU를 체결하고 연내 옥션과 G마켓을 통해 화웨이 스마트폰을 독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외산폰의 공세적인 사용자 유치에 이통사들도 관심을 늘려나가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는 미온적이지만 이통사들 역시 외산폰 사용자 수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도입 여부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산폰 도입을 통해 고객 확보를 충족할 수 있는 판매 라인업 구축경쟁이 점화됐다. 특히 SK텔레콤은 외산폰을 정식 도입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수철 SK텔레콤 CFO는 지난 10월 29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단말기 선택의 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 외산 단말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외산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성능이 많이 개선되고 있으며 외산폰 이용자도 데이터 사용 니즈(욕구)가 충분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보조금 제한과 치열해진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다양한 해외 중저가 스마트폰이 도입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특성을 활용해 고가의 스마트폰 판매로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운 이통사들이 라인업을 넓혀 소비자 선택권도 늘려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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