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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드론(무인機)·아이언 돔(이스라엘 미사일 방어시스템) 對 구식 로켓포… 이·팔 '결과 뻔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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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雲 감도는 텔아비브 - 박국희 특파원 르포]

-세계 10위 군사 강국 '이스라엘'

공습 동영상 언론 통해 공개… 가자지구 손바닥처럼 훤히 파악

국방예산만 한 해 15조원

-딱총 수준 반격 '하마스'

자체개발 로켓포 부정확… 그나마 제대로 쏜 것은 이스라엘 아이언 돔에 격추

조선일보

박국희 텔아비브 특파원


10일까지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750여곳을 폭격했다. 사흘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80명이 숨지고 600명이 부상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사망자 가운데 70명은 민간인, 그 중 최소 12명은 어린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연일 주요 공습 장면의 동영상을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해상 함정의 잠망경 등을 통해 가자지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우선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의 로켓 발사 기지나 고위 간부 은신처 등 타격 목표 주변의 공터나 빈 건물을 '경고용'으로 먼저 폭격한다. 굉음에 놀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면 그 뒤에 실제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목표로 발사한 미사일의 경우 '지하 핵실험'을 방불케 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시간차(時間差) 공습'은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도망가는 대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인간 방패'를 형성해서 드론 공습에 대항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인간 방패'를 이루면 폭격 버튼을 누르지 못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민간인 희생자에 따른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홍보전도 빼놓지 않고 있다.

하마스의 군사력은 이스라엘과는 현실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외신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9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원자로가 있는 사막 지역 디모나와 텔아비브 등에 로켓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디모나에 발사된 로켓 3발 가운데 2발은 공터에 떨어졌고, 나머지 1발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는 하마스 특수부대원들이 완전무장한 채 지중해를 통해 침투를 시도했지만, 이들이 파도를 헤치며 백사장으로 나오는 모습은 고스란히 이스라엘의 감시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스라엘군은 이 특수부대원들을 차례로 사살했다.

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저항을 뜻하는 2000년의 2차 인티파다(Intifada) 때부터 이스라엘은 전체 800㎞ 길이의 이르는 분리 장벽을 세워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포위'하다시피 했다.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물품은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해 철저한 검색을 거친 뒤에야 반입 허용된다.

조선일보

한 해 150억달러(약 15조원)의 국방 예산을 지출하는 이스라엘은 현역 18만명, 예비군 45만명을 보유한 세계 10위 규모의 군사 강국이다. 한 해 무기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70억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반면 하마스는 이집트 등 주변 아랍 국가를 통해 밀수입하거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로켓포 정도가 전부다. 로켓포의 사정거리는 100㎞ 이하에 머물고 있다. 아직 하마스 로켓포로 인한 공식적인 이스라엘 희생자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아예 하마스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며 강경 일변도로 나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더 강도 높은 공격을 하기로 했으며, 이스라엘군은 모든 옵션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곧 지상군 투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응에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9일 "가자지구가 현재 칼끝에 서 있는 상황이며, 사태가 악화하면서 불가항력의 소용돌이로 이어지고 있다"며 양측의 무력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 이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전화 통화를 가졌다. 미 국무부는 "양측에 평온을 회복하고 민간인 안전 보장에 나서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박국희 텔아비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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