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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줄이거나 없던 일로…곳곳서 전임 단체장 사업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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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타당성 부족 등 이유…행정 일관성 훼손 지적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1일 민선 6기가 공식 출범한 이후 광역단체·기초단체 할 것 없이 전국 곳곳에서 전임 단체장 사업이 줄줄이 백지화되거나 축소·재검토 되고 있다. 재정난과 타당성 부족 등이 주 이유다.

조직개편과 인사 등 신임 단체장들의 '새판짜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정책 방향이 확정되면 이같은 전임 단체장 사업 손보기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단체장의 치적쌓기 등을 위한 무리한 사업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신임 단체장의 공약 사업 재원 마련 등을 위한 사업 재검토나 백지화는 행정의 일관성 훼손 등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임 단체장 사업 '축소·백지화·재검토'

9일 관련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인천시는 최근 청라국제도시 로봇랜드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인천로봇랜드에 공익시설 조성공사 계약 이행을 일단 보류하라고 통보했다.

인천로봇랜드는 인천시 출연기관인 인천정보산업진흥원과 인천도시공사가 5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식회사이다.

시가 7천584억원이 투자될 이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건 것은 유정복 시장 인수위원회 격인 '희망인천준비단'이 "시장 취임 직전 로봇랜드가 급하게 공익시설 조성공사 계약을 승인해야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유 시장은 취임 직전 4년째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 월미은하레인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낙연 지사가 취임한 전남도에서는 박준영 전 지사 체제에서 '애물단지' 논란이 일었던 포뮬러 원(F1)의 지속적인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는 또 솔라시도(일명 J프로젝트) 조성사업 중 삼포지구 2단계 개발사업은 잠정 보류했고, 신안 도초도 일원에 조성할 계획인 사파리 아일랜드 사업도 사실상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이같은 내용은 이 지사 직무 인수위원회 최종 인수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 지사는 당선인 시절 인수위 보고서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병수 시장이 취임한 부산시 역시 허남식 전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서부산권 개발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고, 권영진 대구시장도 전 시장 일부 역점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존 사업의 백지화나 재검토는 기초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이근규 충북 제천시장은 제천교육문화센터와 삼한의 초록길 조성 등 전임 최명현 시장의 7개 핵심 사업 중 6개를 백지화하기로 한 상태다.

'반핵'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김양호 강원도 삼척시장도 원전 백지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박세복 충북 영동군수 역시 전임 시장이 추진해 온 늘머니과일랜드 조성 사업 등을 민자유치 실패 등을 이유로 재검토하고 있다.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시가 추진 중인 일부 사업의 재검토 및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도시철도 사업과 재경 기숙사 건립 사업 등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유는 '재정난·타당성 부족' 등

지자체들이 신임 단체장 취임 이후 기존 사업을 축소 또는 재검토, 백지화하고 나서면서 제시한 이유는 주로 재정난이나 타당성 부족 등이다.

일부는 시설의 안정성 우려, 민자유치 실패, 신임 단체장의 비전과 부조화 등도 이유로 들고 있다.

전남도는 사파리 아일랜드 사업 백지화에 대해 경제성 의문과 함께 당선인 비전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삼한의 초록길' 조성 사업에 대해 "정책적으로 실패한 대표적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서민의 복지를 뒤로하고 150억원을 들여 운동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임 단체장의 공약사업비 마련, 전임 단체장 흔적 지우기 등을 위한 백지화 및 재검토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무리한 사업은 재검토해야" vs "행정 일관성 훼손 우려"

표를 의식한 민선 단체장들의 무리한 치적 쌓기용 또는 경제성 없는 사업은 재검토하거나 백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임 단체장의 사업이라는 이유 등만으로 기존 사업을 백지화하거나 재검토하면 이미 투자된 예산의 낭비, 관련 기업 및 주민의 피해 등 여러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인천 로봇랜드는 올해 안에 착공을 안 하면 이미 확보한 200억원의 국비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전 시장이 추진해 온 주요 문화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지역 문화계에서 반발하자 시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0년 6·2 지방선거 직후 '전임 자치단체장 추진사업 변경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을 갑자기 변경하면 지역의 사회적·경제적 혼란이 클 수 있다"며 신임 단체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 또는 중단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행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임 단체장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지화 또는 재검토해서는 안된다"며 "한 단체장의 임기가 끝나면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평가한 뒤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반영해 계속할 사업, 축소할 사업, 폐지할 사업 등을 분류,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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