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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조국 교수가 무소속 노동자 후보 후원회장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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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나선 김득중 후보(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의 후원회장을 맡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9)는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 문제를 중심 과제로 놓지 않는 정치권의 무력함을 봤다”고 토로했다. 노동자가 국회에 들어가 직접 노동자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김 후보의 생각과 같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대부분이 임금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라는 표현을 멀리 하는 반노동적 사회 분위기를 깨고 야당의 노동친화적인 방향 전환을 위해서도 김 후보를 밀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값은 마땅히 노동자의 권리를 중심의제로 놓는데 쓰여져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는 교류가 있었나. 김득중 후보 후원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몇 해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대한문에서 농성할 때 지지 방문을 하러 가서 처음 만났었다.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여러 모로 도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법률 자문 해 주는 정도였다. 공식적인 관계는 없었다.

얼마 전 이창근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김득중 지부장이 선거에 나가기로 했다. 후원회장을 맡아줬으면 좋겠는데 시간을 갖고 답해달라’고 하더라. 아마 내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몇 초 정도 생각하고 단박에 수락했다. 노동자 후보가 나에게 후원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은 고마운 일 아닌가. 나에게 사회적인 이름값이나 발언권이 있다면 어디에든 써야할텐데 제도권 내에 있는 정당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문제를 중심의제로 만들어야 한다면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이른바 노동 없는 민주주의, 노동 없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쌍용차 문제 국정조사는 여야 거대 정당들이 합의해서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 의지와 계획이 보이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구체적인 실천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세월호 몰살이라는 참사 때문에 쌍용차 문제는 묻히고 있다. 큰 비극이 작은 비극을 덮는 상황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자살, 아니 사회적 타살이 이어졌는데 사라지는 이슈가 되고 있다. 이건 안 된다. 쌍용차 문제는 노동에서의 세월호 참사다.”

- 이 시대의 중심의제는 노동이라고 보는건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경제민주화는 시대 정신으로 자리잡은 것 아닌가.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주로 복지 국가를 말하는데, 노동 없는 복지나 노동 없는 경제민주화는 오래 갈 수 없다.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 세금을 더 걷어서 어떻게 해보자는 논의는 증세 논란으로 이어진다. 노동의 문제가 싹 빠지게 된다. 일할 권리, 노동 3권,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노동 문제가 들어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절대적 다수는 노동하는 사람들인데 노동자라는 표현을 꺼린다. 쌍용차 문제는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므로 이걸 어떻게 풀어야할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 야당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보나. 집권 여당의 우위 속에서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모든 야당은 집권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건가. 그것은 무력함을 자인하는 얘기밖에 안 된다. 과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들이 야당일 때 지금보다 더 소수이면서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요구하고 실현시킨 것들이 있다. 현재 야당은 훨씬 많은 의석을 갖고 있다. 수가 부족해서 못한다는 것은 변명이다.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리란 점은 안다. 그렇다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거래하고 타협하고 때론 싸우고 농성하면서 해낼 수 있다. 다른 사안들은 예산과 연계하는 등 방법으로 그렇게 해오지 않았나. 노동을 중심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이 노동을 포기 못하는 중심 칩으로 작동시킨 적이 있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 그럼에도 새정련 입장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깨기 위해 한 석이라도 더 얻어야하는 상황이다.

“새정련이나 다른 진보정당 의원들 몇 명의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주위에서 ‘후원회장 전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나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융합된 정치사상을 갖고 있다. 평택을 선거구의 새정련 후보는 인품이 훌륭하고 합리적인 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노동자 후보를 선택했다. 개인의 인품이나 능력 때문이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진보정당은 몰락하다시피 했다. 그렇다면 진보정당이 갖고 있는 아젠다(의제)를 새정련이 흡수해서 실현시킬 수 있나. 물론 새정련에도 진보 지향을 가진 세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노동운동 단체들의 지향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의도적으로 김득중 후보를 밀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통해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이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 새정련은 노선이 왔다갔다 하는데 우경화 혹은 중도화되려는 경향이 있다. 지난 대선 때만해도 그렇지는 않았다. 심상정 후보가 양보하면서 연대하지 않았나. 지금 새정련은 진보정당과, 또 노동운동 세력과의 연대도 원치 않는 쪽으로 간다.

분명히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중간층을 잡자는 이유로 몸 자체를 아예 오른쪽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양쪽 다 놓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중도화됐기 때문에 당선됐나. 그들에게 진보적 성향이 있는 건 모두 알고 있다. 또 진보 교육감들이 전국을 휩쓸었다. 몇 해 전에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정책이었던 무상급식이 이슈가 됐다. 중도적인 시민들을 포함한 대중이 진보적 이슈에 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고한 지지가 있어야 외연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과연 현재 새정련의 확고한 지지 표가 몇 퍼센트나 되겠나.”

- 평택을 선거구에서 야권 연대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야권 후보가 여럿 나오면 떨어진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자칫하면 소수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라는 말로 이어지고 이는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상호 존중이 있어야 연대는 가능하다. 배려는 다수자가 소수자를 위해 하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해서 여당의 과반 구도가 깨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기호 2번으로 통일하자는 태도가 올바른가. 자칫하면 다른 정당에 대한 억압이 될 수 있다. 새정련이 한 게 없어서 나왔는데 ‘너희는 하지 말라’고 해서야 되겠나. 모든 정당이나 정치인의 미래는 과거를 통해 볼 수 있다. 새정련은 과거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 과제로 해오지 않았다.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새정련은 야권 전체의 맏형 격인데 놀부처럼 굴면 안 된다. 내부 계파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급급하지 말고 당 바깥의 무소속 노동자 후보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 김득중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면 무엇을 할 수 있나.

“진보적 노동운동 진영의 현직 노조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아마도 거의 최초일 것이다. 김득중 후보는 개인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중심인 금속노조와 진보적인 4개 정당의 지지를 받고 나왔다. 국회와 노동운동의 핵심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김득중이라는 한 사람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면 누구를 통해 소통하겠는가. 정부나 정치권과의 확실한 통로가 마련될 것이다. 노정 간 말뿐인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새정련은 노동 배제가 아닌 노동 친화적인 방향으로 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여럿으로 쪼개져 있는 진보정당의 단결에도 도움이 된다.

- 가장 절실한 과제는 쌍용차 문제다.

“풀 수 있다. 부당한 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도 집행이 안 되는 상황이지 않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 의원이 있다는 것은 대법원 판결 이전에 회사 측이 결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 김득중 후보가 국회의원 되면 신경 안 쓸 수 없다. 쌍용차 문제 국정조사가 열리면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 쌍용차 문제의 진실이 훨씬 많이 알려지고 그러면 해결이 빨라진다. 쌍용차 문제는 소속 조합원들 뿐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다. 불법적 정리해고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를 해야할 것이다. 경영상 위기가 정리해고의 이유인데 회계조작이 밝혀지지 않았나. 이건 조사가 아닌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는 쌍용차 뿐 아니라 전국적 사안일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권의 무력함을 본다.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도대체 뭘 했나. 노동자들이 자살하고 대한문에서 농성하고 시민들이 심리치유센터 ‘와락’에 가서 도울 때 야당은 지지 방문해서 사진 찍기만 했다. 구체적으로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뭘 했느냐 말이다.”

- 어쨌든 김득중 후보에 대한 판단은 평택 시민들이 한다. 힘 있는 사람을 원하지 않겠나.

“평택에서 쌍용차의 위상은 상당히 크다.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더 그렇다. 노동자들은 대리인을 통해 정치적 의사 실현을 할 필요가 없는 기회를 얻었다. 김득중 후보는 노동자 자신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노동자가 아닌 다른 정치인을 통해 많은 실험을 했다. 성과가 얼마나 있었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다른 선택에 대해서 자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쌍용차가 지역 경제의 중심 축이라는 점을 잘 생각해봤으면 한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해서 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경제활성화 방안이다. 울산에서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월급날이 상인들의 대목이다. 노동자들이 복직하면 밥이랑 술도 먹고, 자녀들은 유치원, 학원에 보내고 학습지도 한다.

선거에서 주로 나오는 얘기가 당선되면 지역에 뭘 짓고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등 공약들인데 다 허망하다. 예산을 따 와서 길을 닦고 문화센터를 짓고 버스 노선을 연장한다고들 하지만 한시적인 일이고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지금 평택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복직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 더 합리적인가를 놓고 선택했으면 한다.”

- 일반 시민들이 ‘노동’이라고 하면 거리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김득중 후보 후원회장을 맡은 이유이기도 한데 우리가 너무 반노동, 노동 배제 사회가 됐다. 유럽에서는 노동자가 직접 정치를 한다. 영국은 노동당이 있고 지지기반이 노조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국가에서 노동자 정치인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진보정치를 유명한 시민사회 운동가나 지식인만의 전유물로 여기지 않는다. 한국에서야 노동자 후보가 특이하지만 크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 시민이면서 노동자인데도 시민이고만 싶어 한다. 해방 이후 반노동 문화 구조와 의식 문화가 지속돼 왔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진보정당 입장에서도 김득중 후보의 출마가 새로운 출발이라 생각한다. 특히 새정련이 노동 친화적 정당이 돼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가 있을텐데, 노 전 대통령 스스로 회고록에서 정리해고 수용을 잘못으로 고백했다. 새정련은 과거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지 않겠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모두 노동친화적인 발언들을 많이 했다. 시민들도 단순히 성장만으로 풀기 어려운 일자리와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글이나 말로 호소하기보다는 김득중 후보를 세게 미는 것이 범진보 진영이 노동친화적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노동자 후보 후원회장을 맡은데 대해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너무 센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잘했다’고 격려해주기도 한다. 김득중 후보는 소수파 내에서도 소수파다. 내가 일부러 밀어주고 싶었다. 만약 비난이나 조롱이 있다해도 그 역시 감당해야할 내 몫이다.”

- 김득중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큰 사업장의 노조를 이끌고 추대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에 빨간 띠 매고 과격하게 싸운다고만 되는 것은 아니다. 갖춰진 인격과 인간적 매력 등으로 두터운 신망을 얻어야할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지도자가 만들어지지만 노조처럼 힘들고 험한 판에서 지도자가 됐다는 것만으로 어느정도 사람은 검증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아우르고 반대 세력과 싸우고 내부 논쟁까지 거쳐가야 한다. 쉽게 말하면 큰 사업체를 운영해본 것과 비슷하게 사람끼리의 관계,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를 응축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 김득중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바람을 타야 한다. 김득중 후보가 열심히 미래에 대해 얘기하면 시민들이 반응할 것이다. 바람을 타면서 눈덩이처럼 지지가 커질 수 있다. 노력을 투여하면 현실은 바뀐다. 새정련의 양보도 김득중 후보가 얼마나 바람을 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당선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한국 사회에 노동친화적 문화와 구조를 만드는 의미있는 행동이 될 것이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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