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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경찰은 여름방학이 싫다?…청소년 탈선·범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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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다가오는 초·중·고교 여름방학 시즌이 일선 경찰들에겐 달갑지 않다. 청소년 탈선·비행이 급증해서다. 게다가 범행 수법이 갈수록 극악무도해지고 있고 재범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일부 10대들의 범죄를 감안해 볼 때 ‘겁 없는 철부지 10대’라고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과 예방만으로는 10대 범죄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온정주의를 유지하는 현행 소년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는 이유다.

◇10대 범죄가 어떻길래…

여름방학 때는 청소년들끼리 무리지어 다닐 시간이 많아지는데다 야외 활동량이 늘어나는 반면 가정과 학교의 관심에서 멀어져 범죄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흉악 범죄도 많아진다.

지난해 7월8일 저녁. 당시 19살인 심모 군은 경기도 용인의 한 모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17)양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그러고선 김양의 시신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훼손한 뒤 모텔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일부는 자신의 집 장롱 안에 숨겼다.

심군은 범행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였고, 정신 병력도 없었다.

심군은 경찰 조사에서 “김양이 성폭행 사실을 신고할까봐 두려워 살해했고, 시신 훼손은 연쇄 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따라했다”고 진술했다.

올해 6월23일 새벽 강서구의 한 주택가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가방 안에서 신생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신생아는 탯줄도 자르지 않은 갓 태어난 상태로, 붉은색 티셔츠로 싸여 있었다.

숨진 신생아가 담긴 가방은 의류 수거함을 점검하던 청소업자 A씨가 교복 차림의 남학생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이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가방을 건넨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교복 차림의 여성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이들의 행방을 쫒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 전인 6월15일에는 서울에 살고 있는 여자 친구를 만나려고 대전에서 차를 훔친 뒤 무면허 운전한 10대들이 붙잡혔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갓길에 세우라”는 지시도 무시하고 김포공항 방향으로 달아났고, 10여분의 아찔한 추격전 끝에 김포공항 입구 사거리에서 운전자 문모군과 3명의 동승자를 체포했다.

잡고 보니 문군은 고작 16세였다. 차에 함께 타고 있던 3명도 또래 친구였다. 경찰은 문군 등 10대 4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2012년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여자 친구가 험담을 한다는 이유로 10대들이 집단 폭행한 뒤 인근 공원에 암매장하는 섬뜩한 범죄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0대 남녀가 흉기를 마구 휘둘러 대학생을 살해한 이른바 ‘창천동 대학생 살인 사건’도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10대 범죄, 연령대 낮아지고 잔인

과거 주로 단순 절도에 그쳤던 청소년 범죄가 진화하는 양상이다. 10대가 저질렀다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흉악해졌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3월13일 강원 원주시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20대 여성이 공사장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범인은 3명의 초등학생이었다.

같은 해 11월10일 인천시 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인화 물질이 든 페트병에 불을 붙여 승용차에 불을 지르는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이 역시 ‘촉법소년(10세 이상~14세 미만)’이 벌인 짓이었다.

촉법소년은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적 책임없이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 범죄 발생건수는 해마다 1만여 건에 달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9500건, 2012년 1만4000건, 2013년 9928건이다.

이중 4대 강력범죄(살인·강간·방화·강도) 입건 건수는 2011년 322건, 2012년 304건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촉법소년을 포함한 10대 청소년의 4개 강력범죄자는 2007년 2113명, 2008년 2322명, 2009년 2786명, 2010년 3428명, 2011년 3205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위법행위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재범률이 높아지는 것이 방증한다.

최근 5년간 10대 범죄 재범률은 ▲2007년 3만3687명(29.1%) ▲2008년 3만1771명(25.8%) ▲2009년 3만8207명(32.4%) ▲2010년 3만3638명(35.5%) ▲2011년 3만1956명(36.9%) 등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25일 새누리당 가족행복특별위원회 학교폭력대책 분과위원회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2기 내각 등 각종 이슈에 묻혀 답보 상태다.

날로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를 제재할 법적 논의가 흐지부지 되고 있는 셈이다. 미래의 흉악범을 방관·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 ‘처벌 수위’ 의견도 분분

10대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극명히 갈린다.

청소년은 ‘선도’해야 할 대상인 만큼 인성교육을 통해 흉악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제언이 있는가 하면 범죄에 대한 내성을 쌓게 하는 온정주의적 시각을 제고해봐야 할 때라는 주장도 있다.

박은민 동신대 교수는 “10대 범죄의 이면에 깔려있는 부모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치유해 줄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면서 “흉악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체계도 갖춰야 한다. 교내 상담전문가를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10대 범죄는 대개 일시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일어나 사리분별이 가능한 상태에서 저지르는 성인 범죄와는 차이가 있다. 어린 학생을 장기 구금하는 등 처벌 강화는 편의적인 발상으로, 사회로부터 완전 격리시켜 ‘성인 괴물’을 양산할 뿐”이라면서 “소년원과 같이 교육적 목적으로 고안된 수용시설을 늘려 10대 범죄자를 관리하고 가정에서 외면받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특수 교육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오윤성 한국범죄심리학회 이사는 “느슨한 처벌은 재범률 증가와 함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10대들에게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면서 “10대 범죄자에게 무한정 자비를 베풀지 않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처벌도 병행하는 외국의 사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철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는 ‘재사회화’만 외치는 사이 사회는 멍들었다. 특히 교내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이 범죄를 덮고 가려는 통에 암수범죄(사건화되지 않는 사건)가 상당하다”면서 “이젠 10대 범죄자를 보호해야 될 대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단순 일탈과 범죄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지금은 범죄를 일으킨 환경·상황적 요인은 윤리·사회복지 측면에서 풀어가되, 처벌을 보다 엄격하게 해 통제 효과를 갖도록 ‘투트랙’ 형태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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