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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청부살인' 김형식 서울시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지난 지방선거 당선…체포 후 바로 탈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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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방송캡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탈당한 서울시의원이 청부살인을 하고 살인을 부탁한 사람에게 자살을 종용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재력가 송모(67)씨 피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강서경찰서는 서울시의회 김형식(44) 의원과 친구 팽모(44·무직)씨를 각각 살인 교사와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송씨가 내발산동 자신이 소유한 빌딩 사무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은 지난 3월 3일이다. 강서구 일대 호텔·예식장·사우나·다세대 주택 등 3000억원대 자산을 소유한 그는 '강서구에서 대한항공 다음으로 세금을 많이 낸다'고 알려진 사람이었다.

송씨는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원한에 의한 살인이나 강도일 것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현금은 그대로 있는 등 석연찮은 점이 많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주변 CCTV 1000여개를 분석해 사건 현장 근처에서 택시를 탄 뒤 계속 택시를 갈아타면서 인천으로 간 한 남성을 찾아냈다. 이 남성은 3번째 택시에서 내려 인천의 한 사우나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다시 택시를 탔다. 경찰은 그가 팽씨임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지만, 이미 중국으로 달아난 뒤였다. 팽씨는 인터폴 수배 끝에 지난달 중국 공안에 체포돼 지난 24일 국내로 압송됐다. 그는 경찰에서 "배후는 김 의원"이라고 진술했다.

팽씨는 고교 졸업 이후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해오다가 10여년 전 민주당 당직자였던 형을 통해 당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의 보좌관이던 김 의원을 소개받았다. 팽씨는 김 의원에게 사업 자금으로 7000만원을 빌렸고, 2008년 부도를 맞은 뒤로는 김 의원에게 1300여만원을 얻어 쓸 만큼 신세를 졌다.

팽씨는 경찰에서 "2012년 말 김 의원이 '송씨가 자꾸 빚 독촉을 한다. 송씨를 죽여주면 7000만원 빚은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고 말했다"며 "중국으로 도망가면 처자식은 김 의원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던 팽씨는 아내와 중학생 아들을 생각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팽씨는 "김 의원은 범행 대상인 송씨의 출퇴근 시간과 일과를 1년간 감시한 뒤 '송씨는 자정쯤 혼자 사무실에 들른다. 죽인 뒤 차용증을 가져와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팽씨에 따르면, 김 의원은 송씨에게 전기 충격기와 범행 자금 80여만원을 건넸다.

팽씨는 50여 차례 송씨 빌딩 주변을 답사하며 '예행연습'을 했다. 사건 당일 0시 40분 송씨를 덮친 팽씨는 송씨와 난투극을 벌였다. 팽씨는 키 177㎝, 체중 90㎏이었지만 운동으로 단련된 송씨는 강하게 저항했다. 전기 충격기로 송씨를 혼절시킨 팽씨는 송씨를 살해했다. 흥분한 팽씨는 김 의원이 챙겨오라고 당부한 차용증을 빠뜨렸다.

팽씨는 범행 이후 4차례 택시를 갈아타고 인천으로 달아났다. 택시비는 현금으로만 냈다. 피 묻은 옷과 흉기는 인천의 한 야산에서 불태우고 사우나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팽씨는 "모두 김 의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사건 사흘 뒤인 3월 6일 팽씨와 만난 김 의원은 자신의 차로 인천공항 근처까지 데려다 주고 도피 자금 300만원을 건넸다. 이후에도 팽씨 지인 계좌로 250만원을 입금했다. 그는 지방선거 기간에도 대포폰·공중전화로 중국의 팽씨와 통화하며 "잡힐 것 같으면 한국에 들어오지 말고 차라리 자살하라"고 수차례 종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실제로 팽씨는 중국 현지 구치소에서 두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경찰은 "팽씨가 '인간적 배신감' 때문에 배후를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살인 사건 이후 6·4 지방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긴급 체포 다음 날인 지난 25일 탈당했다. 2010~2011년 송씨에게 선거 자금 5억2000만원을 빌린 김 의원은 송씨가 "돈을 갚지 않으면 다음 지방선거 출마 못할 줄 알라"며 압박하자 팽씨에게 부탁해 송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한신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386 운동권' 출신으로 10년간 민주당 신기남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노무현 후보 캠프 기획위원, 열린우리당 최연소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2010년 시의원에 당선된 김 의원은 2012년 7월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 때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 청부살인을 접한 네티즌들은 “김형식 서울시의원 청부살인, 끔찍하다” “김형식 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이럴수가” “김형식 서울시의원 청부살인, 말도 안돼” “김형식 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저 사람 찍은 지역구 사람들 충격적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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