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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신뢰·원칙 깨 리더십 추락…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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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5인의 진단·해법

국무총리 후보가 잇달아 낙마하고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선 ‘조기 레임덕(집권 말기 지도력 공백 현상)’이 거론되기도 한다. 보수·중도·진보를 아울러 정치 전문가 5인에게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경향신문

■ 진보 - 김태일 영남대 교수(59·정치학)

대통령 혼자는 안돼… 여당 자율성 보장해야 야당과 협조도 가능


“대통령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우선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쇄신을 통한 ‘국가대개조’를 선언했는데 안되고 있다. 둘째로 정홍원 총리가 그런 능력이 없음이 확인됐고, 셋째로 관료 적폐를 없애 나가려면 그 주체가 정정당당해야 하는데 (총리 인선) 정당성이 없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박 대통령이 하려는 일은 잘 안될 것이다. 야당 협조와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 대통령이 하려는 바를 할 수 있다. 대통령 혼자 힘으로는 안된다는 것이 역대 대통령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나. 야당과 정무적 통로를 잘 만들어야 하고, 여당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여당에 자율성이 생기면 야당과의 협조 여지도 생긴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경향신문

■ 중도 - 신율 명지대 교수(53·정치학)

40%대 지지도 여전… 여당 전대와 재·보선 레임덕 분기점 될 것


“레임덕으로 볼 수 없다. 박 대통령 지지도가 여전히 40%를 넘고 있다. 아직 레임덕을 말하기 이르다. ‘천막당사’로 위기를 돌파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극복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진짜 레임덕인지, 위기인지는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와 7·30 재·보선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이기지 못하면 당 영향력이 줄어들어 위기를 맞는다. 재·보선에서 부산 해운대를 포함해 9석 정도는 이겨야 최소한 현상유지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뜻대로 된다는 전제하에 이후 (유임된 정 총리 말고) 자신이 구상한 정국을 끌어갈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두 전제가 성립 안되면 원하는 총리를 임명할 수도 없다.”

경향신문

■ 중도보수 - 윤평중 한신대 교수(58·정치철학)

국가대개조 약속 위반, 국정공백 혼란 구조화^ 레임덕보다 더 심각


“레임덕이라고 부를 수 없다. 지금 상황을 임기제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에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레임덕이라는 일반적 용어로 표현하면 상황을 호도할 수 있다. 레임덕은 뭔가 일을 했던 대통령이 임기 후반 힘이 빠지는 건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명쾌하게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이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임기 초반이라 더 심각하다. ‘정치인 박근혜’의 자산인 신뢰와 원칙이 깨진 게 문제다. 세월호 이전과 구분되는 국가대개조 약속을 완전히 위반했다. 이번 인사로 국정공백과 혼란은 만성화·구조화될 것이다. 대통령이 권위주의적 만기친람식 리더십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 총리와 김기춘 실장 교체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긍정적 ‘신호’는 될 것이다.”

경향신문

■ 보수 -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63·법학)

대선공약 파기 때부터 여당 분열 레임덕 시작… 초심으로 돌아가야


“문창극 사태로 레임덕이 본격화한 것이지 사실은 더 일찍 시작됐다. 지방선거 패배 등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했고, 여당은 분열됐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이 시기에 여당 분열은 없었다. 집권 4년차에 오는 레임덕이 1년4개월 만에 왔다. 대통령이 대선 전 약속을 전부 파기한 데서 모든 게 시작됐다.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를 버렸다. 인사는 이런 약속을 내버린 기조에 맞는 사람들로 골라 썼다. 정 총리는 이미 영이 안 서고, 하자 있는 장관 후보자들은 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될 거다. 이러다가 아무 일도 못하는 정부가 될 수 있다. 방법은 하나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사시스템 문제보다 측근, 핵심만 있는 정부인 게 근본 문제다. 고쳐야 한다.”

경향신문

■ 중도진보 -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69·사회학)

레임덕 판단은 일러… 실세들 정세판단 결함 교정 안 하면 더 괴리


“레임덕이라고 보기엔 이르다. 레임덕 가속화는 집권여당 안에서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기류는 있지만 레임덕 진입이라고 보기에는 좀 빠르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근본적으로 박 대통령을 포함한 ‘실세’들의 정세 판단이 국민 요구나 한국 정치의 전체적 발전방향으로 볼 때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 이게 교정되지 않으면 간극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번 재·보선이 뭔가 하나의 시금석·분기점이 될 것이란 느낌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면 (여당 내 청와대 비판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정당과 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정 총리 유임과 김기춘 비서실장 유임을 두고 인식의 괴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유정인·구교형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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