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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청문위원 검증하자”…새누리 ‘국회 권한’마저 스스로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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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윤상현 사무총장 ‘검증제도’ 주장

이완구 “청문회 무용론 나올수도”

최경환 등 장관후보 위해 방어막

전문가 “국민이 의원 검증했는데…

국회 대의제 부인하는 것” 비판


부실한 사전검증으로 인한 잇딴 인사실패를 인사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는 새누리당이 “국회 인사청문위원을 검증하자”는 주장까지 들고 나섰다.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인데, 전문가들은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부인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남의 자격을 시비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야당은 먼저 매를 들기 전에, 매를 드는 손이 부끄럽지 말아야 한다”며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을 검증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국회의 책임이자 권한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인 윤 사무총장 스스로 국회의 기능을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공직자 검증은 국민이 국회라는 대의기관을 통해 하는 것이며, 국회는 국민이 선출하는 선거 과정을 통해 검증이 된 것으로 갈음한다”며 “(그런데도 인사청문위원인) 국회의원을 검증하자는 것은 국회의 권능과 대의제를 부인하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 제도 변경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거친 말들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현재 제도 그대로 갈 경우 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 이것은 국가적 불행이 될 수 있다”며 “제도 개선 문제를 야당과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도 “인사청문회 제도로 여당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즐기지만 말고, 야당도 여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개선에 같이 나서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실패에서 비롯된 국정 난맥 상황을 야당이 ‘즐기고 있다’고 정략적으로 풀이하면서, 청문회 무력화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전에 사퇴했다. 문창극 후보자의 경우엔 아예 박 대통령이 국회로 보낼 인사청문요청서 자체를 결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두 사람은 결정적인 ‘하자’가 있어서 청문회도 가기 전에 여론의 검증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편협한 인사에서 비롯된 일의 책임을 청문회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초점을 흐려 박 대통령을 옹호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연일 인사청문회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최경환 경제 부총리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 8명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미리 방어막을 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장관 후보 8명 가운데 ‘먼지 안 나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최창렬 교수는 “새누리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시기와 앞뒤 맥락을 보면 당당해보이지 않는다. 청문회를 걸림돌로 보고,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의 의혹과 흠결을 방어하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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