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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인터뷰> 12년여 도백생활 마감하는 우근민 제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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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2차례 포함 4차례 지사 역임…정계 사실상 은퇴

연합뉴스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우근민 제주지사(72)가 민선 5기 도지사직을 마감하고 이달 말 퇴임한다. 1991년 이후 지금까지 관선 2차례, 민선 2차례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도백을 지낸 그의 정치역정도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 지사는 25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도민이 경제적으로 편안하게 먹고살 수 있게 하는 일에 우선했다"며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유치와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 등을 업적으로 꼽았다.

그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행정시장만이라도 주민들이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하려고 했는데 무산되고,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이 이어지는 강정마을 문제를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후임 원희룡 도정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해 동북아 최고의 휴양도시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우 지사는 군 장교로 복무하다 1974년 합참의장 출신인 심흥선 총무처 장관의 비서관으로 발탁돼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총무처 기획관리실장,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1991년 8월 제주지사에 취임, 1993년 말까지 27∼28대 관선 지사를 지냈다. 이후 1998년 민선 2기, 2010년 민선 5기 지사 선거에 당선됐다. 2002년 민선 3기에 당선돼 임무를 수행하다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선거법 위반으로 2004년 6월 중도 하차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12년 4개월간이나 제주지사직을 유지한 셈이다.

그는 민선 1기 출마 때 여당인 민주자유당에 몸담았다가 이후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꾸는가 하면 무소속 신분이던 지난해 11월에는 6·4 지방선거를 겨냥해 지지자 1만여명을 이끌고 새누리당에 입당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우 지사는 재임 마지막 날인 30일 별도의 퇴임식을 하지 않는다.

충혼묘지를 참배하고 나서 출근해 인수인계서에 서명한 뒤 청사를 돌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전 10시 청사를 떠난다. 이후 4·3평화공원을 참배하고 제주시 오등동 죽성마을 '잃어버린 마을' 표석 제막식에 참석한 뒤 4·3유족회원과의 오찬을 끝으로 모든 공식일정을 마감한다.

다음은 우 지사와의 일문일답.

-- 민선 5기의 업적을 꼽는다면.

▲ 민선 5기 이전 제주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가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다. 고용률이 70%대로 전국 1위, 세종시에 이어 인구증가율 전국 2위, 국세와 지방세 증가율 전국 1위, 인구 60만명 돌파, 최근 경제성장률 5.3%로 전국 1위로 올라서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이러한 변화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재임기간 도민이 경제적으로 편안하게 먹고살 수 있게 하는 일에 우선했다. 제주는 1차 산업도 중요하지만 관광산업이 훨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누구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유치를 실현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도 꼽고 싶다. 추진과정에서 잡음이 좀 있었지만 120만 내·외 도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절실하게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 아쉬운 점은.

▲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공약했다. 행정시장만이라도 도민들이 직접 뽑아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서로 경쟁하면서 나름대로 특성이 있는 도시로 발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제주특별법 제도개선과제에 포함해 올해 지방선거 때부터 행정시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는데 제주도의회의 반대로 무산돼 무척 아쉽다.

해군기지 건설 갈등의 강정문제를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것도 가슴에 남는다. 민선 5기 이전까지는 주민들이 절차적 정당성과 해군기지라는 점 때문에 반대한다고 생각했다. 도민이 함께하는 윈윈전략을 세우고 세 군데 후보지를 대상으로 입지선정부터 다시 시작했다. 민군복합항 기능을 제대로 하도록 15만t급 크루즈선박 입항과 관련된 시뮬레이션을 다시 하고 공사중지 청문도 했다. 정부가 주민이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역할에 나섰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 차기 도정에 바라는 게 있다면.

▲ 관광객 1천만, 인구 60만 시대 개막 등은 제주인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 이뤄낸 소중한 제주의 역사다. 특히 국제자유도시의 바탕이 되는 투자 유치는 제조업이 없는 제주의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해 동북아 최고의 휴양도시를 만든다면 관광객 2천만, 도민소득 3만달러, 인구 70만 시대라는 제주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제주지사를 5차례 했다. 무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 총무처에서 근무하던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으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라는 명령을 받고 관선 지사로 처음 부임해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그리고 4·3문제를 풀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도지사로 재직할 때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평화공원의 조성, 대통령의 사과, 국가추념일 지정 등 주요 핵심 사업을 이뤄냈다. 2003년 국가 공권력에 희생된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국가 원수가 사과해야 한다는 도민의 뜻을 여러 경로로 전달하고 노력한 결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을 때 가슴에 얹힌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비전인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마련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2002년 이를 출범시킬 때는 내가 도지사로서, 제주 도민과 제주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는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었다.

-- 퇴임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은

▲ 새로운 지사가 하는 일에 나서지 않겠다. 지금까지 다른 도지사가 도정을 맡은 동안 비판을 해본 적이 없다. 현직 도지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옆에서 비판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중하게 조언을 구한다면 모르지만.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했던 최고경영자(CEO)로서 제주를 세계에 알리고 도민을 세계로 이끄는 일을 하고 싶다.

--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녹록지 않았던 정치생활 중에 견해와 입장이 달라 혹여라도 불편했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4년 전 취임식에서 제주 발전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것을 다 잘하진 못했지만 제주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고생했다고 느낀다면 그 마음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겠다.

k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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