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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결혼이주여성 1호 도의원 임기 마치는 이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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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 사회 진출 돕는 멘토 역할할 것"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도의원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 도의원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멘토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이달 말 경기도 도의원 4년 임기를 마치는 이라(37)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런 포부를 밝혔다.

몽골 출신인 그는 200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와 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받아 결혼이주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입성했다.

'결혼이주여성 1호 도의원'이라는 타이틀은 화려했지만, 역시 4년간의 도의원 활동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그는 돌아봤다.

"정치인을 하겠다고 오래 준비하고 검토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그 위치에 적응하고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국회의원처럼 보좌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하니까 힘들었죠. 의원직으로서 말할 때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굉장히 컸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여기까지였구나' 하는 생각에 좌절할 때도 있었죠."

본래 내성적인 성격도 걸림돌이었단다.

"이자스민 의원이랑은 정반대의 성격이에요(웃음).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죠. 대화할 때도 주로 듣는 쪽이고 혼자서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도의원 활동을 하면서 이런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그렇다고 어려움 앞에서 쉽게 무릎꿇지는 않았다.

"처음에 6개월 동안 스피치 학원도 다녔어요.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 계속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더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공공정책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도의원 일과 대학원 공부까지 병행하다 보니 늘 그가 귀가하는 시간은 밤 11시가 넘었다. 남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생활이었다.

"막상 도의원이 되니까 남편이 당황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 걸 어쩌겠어요. 거의 비서 역할을 해줬습니다. 축사나 공식적인 발언, 인터뷰를 준비할 때 늘 남편과 같이 문헌을 작성했어요. 단어 선택부터 세밀하게 봐주고 '이런 건 한국사람들이 민감하니까 얘기하지 말라'든가 하는 조언까지 꼼꼼하게 해줬죠."

남편이 크게 아파서 수술을 받았을 때도 그가 도의원직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만류했다는 사연을 전하며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도의원으로 있으며 가장 뿌듯했던 점은 "내가 거기 있는 것 자체로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된다고 느낄 때"였다고.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이 경기도의원으로 있다는 게 다른 130명 의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거라고 봐요. 그런 분들이 이해해줘야 지역 정책에 반영될 수 있잖아요. 실제로 경기도에 이주민인권지원센터를 설립했고, 다문화 출신 경기도 계약직 공무원도 1명에서 3명으로 늘었어요. 행정 전반에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넓어졌죠."

그가 세상을 보는 시야도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그전엔 그냥 결혼이주여성으로만 살아왔다면, 이젠 진짜 한국인이 돼서 같이 살려면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 각각의 입장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고요. 이주민과 선주민이 조화를 이루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객관적인 시각에서 고민하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부를 계속해 다문화 전문가로서 정책 연구, 입안에 당당히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이주민 정책을 만드는 게 공무원, 대학교수, 연구원들 중심이잖아요. 당연히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것이 필요하지만, 이주민들이 거기에 경험을 합해서 '이런 게 필요하다'고 입장을 내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주민들이 전문가라는 자리에 떳떳하게 앉아서 입장을 내고 얘기할 수 있도록 저부터 더 많이 배우려고 합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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