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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창극 “할 일 하며 기다리겠다” 청와대 “…” 국정 공백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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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귀국 3일째 침묵‘

인사 실패’ 인정 부담에 결단 미적 ‘리더십 실종’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거취 문제가 23일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문 지명자는 청와대로 공을 넘기고 청와대는 입을 닫았다.

양측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국정공백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방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 지명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아무 할 말이 없다.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주말 동안 자진사퇴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럴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청와대와 향후 거취에 대해 논의하셨느냐”라는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퇴근길에도 거취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가 23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지명자는 국가보훈처에 조부가 독립유공자인지 확인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이 문제는 저의 가슴 아픈 가족사”라며 “또 저의 조부님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저희 가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문 지명자의 침묵에 가까운 짧은 입장 표명은 그동안 출퇴근길에 역사 인식 논란에 적극 해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사퇴할 뜻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청와대 뜻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여권에선 문 지명자가 박 대통령과 직접 대화한 이후 자신의 진퇴 문제를 최종 정리하고자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명예회복 기회를 얻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지 사흘째인 이날도 아무런 결정 없이 하루를 흘려보냈다. 임명동의안을 재가하지도, 지명철회를 하지도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 지명자와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을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청와대의 변화 기류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침묵은 문 지명자의 자진사퇴를 바라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명철회는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인정해야 하고, 임명동의안 재가는 국회에서 인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어느 쪽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박 대통령 귀국 이후 청와대가 여러 경로를 통해 문 지명자에게 자진사퇴를 설득했다는 말도 나온다.오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문 지명자의 조부가 독립유공자로 판단된다는 국가보훈처의 설명에 대한 여론 추이를 지켜보다 임명동의안 재가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결단을 계속 미루면서 국정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한부’ 정홍원 총리가 내각을 정상적으로 이끌 수 없는 데다 총리 임명동의안과 6·13 개각에 따른 7개 부처 장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요청서가 한묶음으로 돼 있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국정공백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국정책임자인 박 대통령의 무능한 리더십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 국정수행 지지도의 급락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지선·안홍욱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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