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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창극 조부는 독립유공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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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동일인으로 추정”… 민족문제연 “근거 약해 확인 어려워”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조부가 독립유공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23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국가보훈처는 보도자료를 내고 “독립유공자 문남규와 문 지명자 조부 문남규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당초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 지명자 임명동의안 재가나 지명철회를 결단할 것으로 예상된 날이었다. 이 때문에 문 지명자가 독립유공자 후손일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동일인으로 확정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진위 논쟁도 예상된다.

조선일보는 이날 오전 보훈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문 지명자 할아버지 문남규씨는 대한독립단 대원으로 활동한 문남규 선생과 동일한 인물로 확인됐다고 온라인을 통해 보도했다. 이날 오후 보훈처는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문의한 문 지명자 조부 문남규의 독립유공자 관련 사항”이라며 관련 자료를 냈다.

보훈처 등에 따르면 문남규 선생은 1921년 평안북도 삭주에서 일본군과의 전투 중 전사했고 이 내용은 1921년 4월9일자 독립신문에 보도됐다. 대한독립단은 주로 의병운동 계열 인사들이 결성한 단체다. 정부는 문남규 선생의 업적을 자체 발굴해 201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으나, 유족이 확인되지 않아 훈장을 보관해왔다.

두 사람을 동일하다고 보는 근거는 문 지명자 호적등본에 조부로 등록된 ‘문남규(文南奎)’라는 인물과 문남규 선생의 한자 이름이 같고, 호적등본상 문 지명자 원적지와 문남규 선생 전사 지역이 평북 삭주로 동일하다는 점이었다. 또 1914년생인 문 지명자 부친이 ‘아버지가 7세 때 돌아가셨다’고 증언했는데 문남규 선생 사망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도 있다.

문 지명자 제적등본을 비롯해 독립신문 보도, 문남규 선생 공훈록 등을 첨부자료로 공개한 보훈처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로 봐서는 독립유공자 문남규와 문 지명자 조부 문남규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문 지명자 측이 족보 등 조부 한자 이름을 확인할 자료를 제시할 경우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유족 여부를 최종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활동한 문 지명자가 먼 선조도 아닌 조부의 독립운동 공적 확인을 이제서야 제기한 것엔 의문이 남는다. 문 지명자는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에 보훈처에 확인 요청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 가슴 아픈 가족사이고 또 조부님 명예가 걸린 사항”이라며 “보훈처는 법절차에 따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케이스와 똑같이 공정하게 처리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보훈처 발표와 달리 독립신문 기사 문맥을 볼 때 선생은 1921년이 아니라 1920년에 전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보훈처가 문남규 선생 전사 지역과 문 지명자 원적지가 같다는 점을 근거로 댄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문남규 선생) 출생지 등 인적 사항은 특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선·황경상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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