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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종합]朴대통령, 文후보자 거취 결정 '숨고르기'…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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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을 미루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할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안 재가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뒤 검토키로 함에 따라 이르면 주말께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순방 뒤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재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데서 변화된 게 없다"며 "(문 후보자와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으로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내내 자택에 머물며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 문 후보자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조용히 내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면서도 향후 거취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박 대통령과 문 후보자 양자 중 어느 쪽도 '결단'이라 할 만한 것을 내놓지 않으면서 지난 10일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2주 가까이 '인사정국'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해소될 것을 기다리면서 임명동의안 재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이는 곧 문 후보자의 청문회행(行)을 강행하겠다는 것인데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추월한 상황인데다 7·30 재보선을 앞둔 여권내에서까지 '청문회 불가론' 기류까지 강해 청문회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인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는 중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박 대통령이 당장 지명철회에 나설 수도 있지만 양쪽 모두 감내해야 할 내상이 만만치 않아 문 후보자에게 거취를 결정할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지명철회는 청와대 인사검증 부실 논란으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궁지에 몰린 가운데 박 대통령 스스로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에 가장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뒷말이 무성할 것을 충분히 예상하면서까지 임명동의안 재가를 미룬 이유로도 추측할 수 있다.

문 후보자 입장에서는 해명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는 셈이어서 조용히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문 후보자의 지지자를 비롯한 일부 보수층이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침묵은 곧 문 후보자에게 '명예회복'의 시간을 준 것이며 청와대는 정중동의 자세로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설득하는 '물밑 접촉'에 들어갔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후보자도 최근 자신의 문제로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만큼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 낙인'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뒤 자진사퇴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스스로 지명철회를 요청한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처럼 문 후보자가 지명철회를 요청하면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헌법재판관에서 사퇴한 전 전 후보자의 경우 헌재소장을 헌법재판관 중 임명토록 한 절차를 어긴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문 후보자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요지의 언급을 한 바 있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다.

반대로 문 후보자가 이날 '자진사퇴 의사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답한 것은 여전히 '버티기 모드'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청와대의 설득 작업이 실패했다는 의미로 '침묵 속의 줄다리기'가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문 후보자가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조용히 내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한 것은 박 대통령과 직접 만나 의중을 확인할 때까지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자가 최근 조부의 독립유공자 여부 확인을 국가보훈처에 요청한 사실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문 후보자가 조부의 독립유공자 확인을 명예회복 또는 여론반전의 기회로 생각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감안해 그의 거취 결정을 연기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자도 이날 오후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가슴 아픈 가족사이고 또 조부님의 명예가 걸린 사항이기 때문"이라며 독립유공자 확인을 요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인 지난주 조부인 문남규 선생의 독립유공자 여부 확인을 요청했고 보훈처는 "대한독립단 대원으로 활동한 애국지사 문남규 선생이 문 후보자의 조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한편 박 대통령이 오는 24일 주재키로 했던 국무회의를 정홍원 현 총리 주재로 대체키로 함에 따라 문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결단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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