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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文 일단 청문회` 與일각 기류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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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자 조부가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이 국가보훈처를 통해 알려진 가운데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일단 청문회는 하고 보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미묘한 기류 변화 조짐이 나타나 주목된다.

23일 문 후보자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집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저는 오늘 아무 할 말이 없다.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자진사퇴 압박에 대해 "사퇴는 없다"는 본인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국가보훈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 후보자의 조부가 독립유공자로 '애국장' 포상을 받은 문남규(文南奎) 선생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문 후보자의 친일 망언 논란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훈처는 문 후보자로부터 최근 문남규 선생과 조부 간 동일인 관계에 대한 질의를 받고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훈처는 "(문 후보자의 조부는) 1921년 4월 9일 독립신문(대한민국임시정부 기관지)에 보도된 독립유공자(문남규)와 성명이 한자까지 동일하고, 독립유공자 문남규의 전사ㆍ순국 지역과 후보자 조부 문남규의 원적지가 평북 삭주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보훈처에 이 같은 사실 확인 요청 배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 문제는 제 가슴 아픈 가족사다. 또 제 조부님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표면적으로는 총리 지명 후 자신과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지만 청문회 재가를 주저하고 있는 청와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보훈처의 조사 결과 발표 배경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 "다른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일단 문 후보자가 (총리 지명 후) 손상된 개인과 가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청와대에서도 시간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 자리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그는 "문 후보자가 친일, 반민족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고 있다"며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의혹을 소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와 논의한 내용이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당 지도부와 상의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새누리당 당직자는 "당 대변인이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단독으로 입장을 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해 그간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해온 여당 내 기류에 뭔가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친박계 주류인 당 고위 관계자는 "(자진사퇴를 바라는) 당의 중심 기류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설령 문 후보자 조부의 독립유공자 진위가 확인되더라도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그는 중앙일보 논설주간으로 2005년 3월 쓴 칼럼에서 "위안부 배상 문제는 이미 40년 전에 끝났다"고 주장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 김선걸 기자 / 이상훈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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