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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자진 사퇴냐, 동의 강행이냐, 지명 철회냐… 23일 문창극 파문 ‘결단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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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귀국 후 다른 일정 없이 ‘문창극 거취’ 고심

검증 실패 김기춘 책임론 커 ‘읍참마속’ 할지가 관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거취를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문 지명자 임명동의안 재가 강행이든, 지명 철회든 정치적 파장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막판 고심에는 ‘읍참마속(泣斬馬謖)’ 심정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경질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귀국 이튿날인 22일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다. 문 지명자를 둘러싼 여론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막바지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순방 중에도 문 지명자에 관한 사항은 계속 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귀국 이후로 미룬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에 필요한 판단 자료는 이미 제공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최종 판단하려 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파장은 만만치 않다. 지명 철회는 박 대통령이 인사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질 수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철회한 사례는 없다.

임명동의안 재가를 통한 국회 인준 절차를 밀어붙이는 것도 여의치 않다. 여론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있고 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할 경우 국민과 야당을 향한 대결 선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민심 이반에 관계없이 ‘마이웨이 국정’을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는 문 지명자의 자진사퇴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귀국 이후로 미룬 것도 지명 철회를 피하고 문 지명자에게 진퇴를 결정할 시간을 주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 지명자는 박 대통령의 순방 동안 연일 ‘시위성 기자회견’으로 박 대통령에게 공을 던져놓고 있다.

청와대와 문 지명자 측이 물밑 협의를 통해 제3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사례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전 후보자는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반대로 인준안의 본회의 상정이 막히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청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바 있다. 고위 공직 후보자 중에서 역대 대통령이 지명 철회한 유일한 경우다.

박 대통령이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김기춘 실장 때문이라는 관측도 많다. 단지 문 지명자로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을 향한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지명 철회로 ‘문창극 카드’를 포기할 경우 거듭된 검증 실패에 대한 김 실장 책임 문제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김 실장을 잘라낼 수 있느냐가 박 대통령이 고심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밟은 후에 물러나더라도 김 실장을 향한 책임론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경질한다면 새로 구상한 국정운영 시스템도 흔들릴 수 있다. 당·정·청 3각 친정체제 한 축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민심을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김 실장을 그대로 둔 채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순방 결과를 정리했다. 일상적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문 지명자 문제를 정리하는 방식을 통해 김 실장에 대한 입장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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