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후보는 19일 오전 10시25분쯤 서울시청 신청사 6층 박 시장 집무실을 찾아가 박 시장과 2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 이날 방문은 박 시장이 선거가 끝나고 정 전 후보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사됐다. 정 전 후보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박 시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6층 시장실 입구에 마중을 나왔던 박 시장은 정 전 후보가 들어서자 “아이구, 아이구, 고생했다”며 반겼고, 정 전 후보는 “축하한다. 서울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도시니 잘해주시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 부탁하러 왔다”고 인사했다.
이에 박 시장은 "시민의 한사람이 아니고 (선거 동안) 후보로 많은 제안과 아이디어, 공약도 하셨으니 제가 늘 말씀을 경청하겠다"며 "고문으로 모실테니 자주 뵙고 좋은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경제분야는 아무래도 잘 아시니까 많은 조언을 주시면 좋겠다. 한국사회가 성장엔진이 멈춘 시기를 보냈다"며 "말씀처럼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시장이 혼자 구상하고 할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후보는 "고문이 아니고 자원봉사로 하겠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어려운데 지금 1인당 국민소득이 2만6000불에서 10년 후 4만불 국가가 될 수 있다. 주택과 교통정책은 20~30년이 가니 잘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또 “경제문제는 시장에 다 맡길 수 없지만, 시장경제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고 수단이니 잘 활용하시면 된다”고 조언했다.
박 시장이 재차 “고문으로 자원봉사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정 전 후보는 “고문은 너무 노인 같고 제가 연배가 위니 '정 선배'가 어떻냐”고 웃으며 제안했다. 박 시장도 “서로 그런 일이 있었지만, 전부터 친했다”며 “오늘부터 다시 선배·후배 돌아가는 것으로 하고 일상적으로 제가 말씀을 듣겠다”고 했다.
정 전 후보는 “우리 국가대표팀을 응원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정 전 후보는 20일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날 만남은 18일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박 시장이 “선거 이후 정 전 후보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다”고 언급한 내용이 기사화되고 정 전 후보가 서울시에 연락하면서 이뤄졌다. 정 전 의원은 “전화를 주셨는데 제가 사실 오는 전화 다 받아야 하는데 이름이 안 뜨는 전화는 다 못 받는다”며 “혹시 앞으로 용건 있으시면 문자를 보내주시면 바로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핫라인을 만들자”면서, “산에도 한번 (같이) 가시자”고 제의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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