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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江南도 변화 갈망… 與만 찍을거란 생각 안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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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된 박원순 서울市長]

난 실증적인 21세기 실학자, 유세차 타고 떠드는건 낡은것

정치는 정치인들이 해야지… 대선? 市長일만 집중하겠다

안철수 대표 내가 잘 모실것… 서로 제역할 하면 둘다 윈윈

선거끝나고 나니 우리 와이프 정치인 아내 다 됐구나 생각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진보 성향의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그가 2011년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처음 당선됐을 때 다수는 그의 이념적 편향성과 아마추어리즘을 우려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시정(市政)에서 이념을 뒤로 빼고 실용을 앞세웠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당선자는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실증적으로 생각하고 결단하는 21세기의 실학자(實學者)"라고 말했다. 박 당선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았지만, 선거 기간 내내 정당 대신 '시민(市民)'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부에서는 박 당선자가 '반(反) 정당, 반(反)정치' 흐름에 편승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박 당선자는 작년 11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순위에서 1, 2위를 다툴 만큼 그의 정치적 위상은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당선자는 정치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내 업무가 아니다"며 정치와는 의도적 거리 두기를 계속했다.

조선일보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2기 시정 운영 방향에 대해 밝혔다. /이진한 기자


―지방선거에서 예상보다 더 큰 차이로 승리했다.

"지난 3년 서울시정에 대한 평가와 선거 기간에 보여 드렸던 후보로서 자세와 마인드, 공약에 대해 판단을 하신 것 같다.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래를 선택한 것으로 본다.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 시민은 무한 경쟁, 속도, 성장주의, 하드웨어와 제조업 중심 대신 사람과 안전 중심, 삶의 질, 작은 일상의 행복, 소프트웨어와 창조경제를 선택했다. "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이던 강남에서도 상당한 득표를 했고 송파구에서는 새누리당을 앞섰다.

"과거의 기준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정파적 입장,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니 '강남은 늘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이다. 강남에서도 새로운 가치와 방향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이다. 영남과 호남에서도 그런 변화들이 있지 않았나.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변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박 당선자는 행정가이지만 정치인이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정치 또는 정당과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기존 정당과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이 광범위했던 것은 사실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곁으로 와서 고통을 함께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라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유세차에서 내려와 운동화 신고 배낭 메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함께 연구했다. 유세차 타고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는 것이 정치라면 나는 확실히 기존 정치인과는 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과거 관점에서 보면 정치와 거리가 있어 보였겠지만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정치라면 나는 정치와 거리를 둔 것이 아니다."

―박 당선자가 시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됐으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 행정이야말로 고도의 지혜와 경험이 필요하고 통합적 리더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분야 아닌가. 행정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가 과거부터 총론은 강하지만 각론에는 약하다. 조선 시대에도 추상적 담론을 놓고 논쟁하다 민생이 파탄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꿈꾼 실학자들이 등장했었다. 나는 21세기의 실학자다. 항상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생각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기존 정치인과 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런 정치가 안철수 대표가 생각했던 새정치 아니겠는가. 그런데 안 대표는 기존 정치권에 진입한 이후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

"안 대표와 나는 기본적으로 같은 배를 탄 입장이다. 안 대표는 당대표로서 중앙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나는 그 정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으로서 서울을 반듯하게 만들어가는 일을 해야 한다. 각자 역할을 존중하면서 제 역할을 잘한다면 둘 다 윈윈할 수 있다. 내가 잘 모시겠다."

―서울시장 재선 성공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차기 대선 불출마 입장에는 변화 없나.

"2011년 첫 시장 취임 이후 그런 질문이 계속됐고 일관되게 답변해왔다. 그런 주변의 소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선되면서 다시 결심한 것은 서울시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다른 일에 자꾸 신경을 쓰고 관심을 두면 내 일을 못하게 된다. 선배 서울시장 중에 그런 분들이 계시지 않았나. "

―작년 관훈클럽 토론 때처럼 '다음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하하하. 시장 일에 집중하겠다고 반복해서 말씀드렸는데, 말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것 같다(웃음)."

―지난 3년간 서울시 인사(人事)는 새정치연합이 했다는 말이 있다. 이번 2기 인사의 원칙은.

"인사에서 두 가지 관점을 늘 갖고 있다. 하나는 관료적 안정성이다. 직업 공무원제의 현실 속에서 관료 조직의 안정성과 관료들의 열정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혁신이다. 내가 시의 외부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건 내가 한다. 안정성과 개혁이라는 바퀴 두 개가 서로 균형을 잘 맞추고 합리적으로 굴러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박원순의 1기 시정을 보지 않았나. 시민운동가가 시장 돼서 매일 사고나 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잘하지 않았나."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내각 개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 원칙 중 하나가 자기 할 일부터 잘하자는 것이다. 이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중앙정부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치는 정당이 하고 지방정부는 자기 인사, 자기 일 잘하면 된다."

―박 당선자를 비롯해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요즘 경남 창녕 출신 정치인들이 잘나간다.

"이제 몇명 조금 유명한 정치인이 나왔을 뿐이다(웃음). 개인적으로 서로 잘 아는데 3명이 따로 만난 적은 없다."

―선거 끝나고 강난희 여사(부인)가 뭐라고 하던가.

"힘들어하긴 했지만 이제 정치인 부인이 다 된 것 같다. 선거 끝나고 나서 속초로 여행하려다 진도에 계신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눈에 밟혀서 진도로 가자고 하니 아내가 '무슨 소리냐. 진도로 가자'고 동의해줬다. 진도로 가는 차 속에서 '집사람이 참 괜찮은 정치인의 아내구나'라고 생각했다. 선거 때 유세하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을 아내가 줬다고 생각한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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