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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부산 지방선거 당선인들 핵심공약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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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마련 등에 난관 예상…전문가 "구체적 방안 없고 중복투자 우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6·4 지방선거가 끝나고 각 자치단체 당선인의 업무 인수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용하게 진행되던 부산의 지방선거가 막판에 과열되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난무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핵심 공약으로 신공항 가덕도 유치를 내세웠다. 그가 "시장직을 걸겠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여러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물론, 대구·경북은 등 다른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고 경남과 울산 등 인근 도시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엄청난 정치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친박 핵심의 '힘 있는 여당 후보'라며 신공항 가덕도 유치를 자신했다.

그러나 서 당선인이 올해 2월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가덕도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하자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등 대구·경북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지역이기주의만 부추긴다"며 즉각 반발하는 등 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신공항을 가덕도에 유치하려면 비단 주변 지역을 달래는 일 외에도 수도권의 무관심과 반대 여론과도 맞서야 하기 때문에 서 당선자가 공약을 지키기 쉽지만은 않다는 게 지역 정가의 반응이다.

또 서 당선인의 5대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사상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의 경우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은 낡은 서부산의 사상공업단지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클러스터와 주거 기능을 결합한 쇼핑· 문화·엔터테인먼트 등 복합문화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의 공약인 스마트밸리 사업과 연계한 것으로 부산시 주도의 대학 연구소, 공동 연구시설, 연구지원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로 민간분야에 세제와 금융 혜택을 줘 재개발을 유도한다는 것이 실행 방안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 필요한 재원 9천억원(국비 3천500억원, 시비 1천500억, 민자 4천억원)이 문제다.

국비와 시비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기장, 녹산 등 서부산권에 공장부지가 많이 만들어져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서 당선인이 야권의 도전이 거센 서부산권의 민심을 달래려고 이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센텀시티의 전례처럼 민간 사업자가 세제와 금융 혜택만 받고 첨단산업에 투자하기보다 부동산 개발로 이득만 챙기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다.

이훈전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15일 "다른 민자사업과 마찬가지로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줄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센텀시티 개발사례를 잘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 기초단체장 당선인의 공약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선 연임에 성공한 이종철 남구청장은 남구 용호동 유람선 터미널을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마리나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터미널은 부산시가 60억원을 들여 지난해 6월 완공했지만 유람선 등을 운영하겠다는 민간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1년째 방치되고 있다.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오규석 기장군수는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연간 38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미지수다.

박삼석 동구청장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동구 구민운동장·문화회관 건립'도 재원조달방안이 불투명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박 당선인은 구민운동장 건립 비용 전액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계획하는데 이미 지역 내에 가족체육공원이 건립됐고, 구민체육센터이 들어선 상황이어서 비슷한 용도의 사업에 국비를 끌어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문화회관도 현재 운영 중인 동구문화원과 차별된 점을 내세우기 쉽지 않고 관련 예산 확보가 만만찮다는 의견이 있다.

김창수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러 하드웨어가 중복되면 각 하드웨어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시설 운영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재원조달방안을 수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문에서는 무상급식 확대가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 당선인은 선거에서 중학교 의무급식, 부산형 혁신학교, 학교인권조례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당선인이 교육비 부담이 적은 학교를 만들겠다며 약속한 '중학교 의무급식'은 중학생 자녀 1명당 연간 53만원을 아낄 수 있지만 연간 483억원의 교육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김 당선인은 초등학교 학습준비물 지원, 고등학생 교과서 대금 지원 등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도 약속했다.

임혜경 교육감이 임기 동안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면서 각종 교육사업비가 줄어들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예산 수백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김 당선인의 교육복지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다른 지자체에서는 시와 교육청이 5대 5 비율로 교육복지예산을 분담하고 있는데 부산은 교육청이 80%를 부담하고 있다"며 부산시장과 시의원들을 설득해서 예산을 지원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과거 교육감들이 이미 추진했다가 반대에 부닥쳤던 것으로 교육청과 부산시, 시의회와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수 인제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정치외교학과)은 "무상급식에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면 다른 교육분야 투자에 힘들게 된다"며 "부산시 재정에도 여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이 많은 서부산권이나 원도심권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당선인은 부산형 혁신학교 30곳을 임기 내에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초·중학교에 학교당 연간 5천만원 정도 지원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혁신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존 교원인사제도에서 벗어나 교장공모제, 교사초빙제 등을 혁신학교에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산교총은 "부산시내 700개 학교 중 30개 학교에 특별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교육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p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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