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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진보교육감 시대…재지정 앞둔 자사고 25곳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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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재지정 여부 결정…자사고 "지켜보며 대응"

연합뉴스

지난 4월 자사고 감사를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갖는 학부모단체 회원들(연합뉴스DB)


(전국종합=연합뉴스)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계열로 분류되는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운명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전국 17개 중 13개 시·도 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육감 등 개혁적인 성향의 교육행정시스템에 놓이게 돼 내년 2월 운영기간이 끝날 자사고들의 재지정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서울 14곳 재지정 대상…촉박한 일정에 '평가기준 보완' 촉각

전국 49개 자사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곳이 서울에 몰려 있다. 그 가운데 서울 14곳을 포함, 25곳이 내년 2월 말 지정 기간이 끝나 올해 7∼8월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자사고 평가는 시·도별 성과평가 기본계획 수립, 학교별 성과평가보고서 제출, 시도별 성과평가 및 심의를 거쳐 재지정 또는 지정 취소가 확정된다.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시·도교육청가 협의를 요청하면 교육부가 2개월 이내에 동의 또는 부동의 의견을 보내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자체 평가보고서를 제출받은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 측과 협의를 위해 학교실사 절차를 잠시 보류해둔 상태다.

평가기준 등에 인수위의 요청이 들어오면 곧바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내년 신입생 선발 일정을 고려하면 일정이 촉박하다.

11월 14일 내년 신입생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A고의 경우 3개월 전 전형요강을 승인받아 모집공고를 내야 한다.

늦어도 7월 말까지 교육부가 의견을 보내고 교육청이 8월 초에 해당 학교에 결과를 통보하는 일정에 맞추려면 6월 말까지는 평가가 끝나야 한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조 당선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인수위에 가장 중요하게 부탁한 게 자사고 평가"라며 "인수위에서 신속히 검토해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기준을 어떤 식으로 보완할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교육의 공공성과 불평등 해소,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1∼2곳…다른 시도교육청은 신중 모드

안산동산고를 대상으로 재지정 평가를 진행 중이던 경기도는 만족도 설문조사 마무리단계에서 인수위 보고를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5월에 평가지표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구체적인 평가지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교육부 기준을 토대로 민주적 학교운영, 학생자치 활동, 학부모 교육 참여 등을 보완해 6개 영역, 12개 항목, 27개 지표를 설정했다.

교장, 교수, 학부모, 시민단체가 참여한 6명으로 평가단을 꾸려 다음 주 선행평가와 그 다음주 현장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새 교육감 취임 뒤 7월 중순이면 재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공교육과 설립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재지정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심도있게 평가하겠다"는 원칙만 제시했다.

외부 위원들로 평가단을 구성한 광주(송원고)와 전남(광양제철고)도 이달 중 평가를 마치고 7월 중 교육부와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상산고가 평가 대상인 전북과 보수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대구·경북 및 울산도 변화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재선)은 "자사고 폐지는 획일적으로 할 게 아니라 지역별 특성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며 "지역 학력 격차를 고려해 평가를 거쳐 검증된 자사고는 존속시키겠다"고 말했다.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당선인는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를 진행하고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를 유도해 일반고가 동반성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의 첫 진보 교육감인 될 김석준 당선인은 일반고 강화에 동의하지만 자사고도 폐지할 것이 아니라고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사고 측 "지켜보겠다"…일단 관망 분위기

자사고 측의 반응은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이다.

서울자사고연합회장인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아직 연합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게 없다"며 "조 당선인 측에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면 그 후 대응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자사고 정책이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의 교육관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라며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극심한 혼란을 초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반고 슬럼화를 초래해 주변 교육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는 자사고 폐지 논리에 대해서도 상반된 시각이 충돌한다.

김 교장은 "교육과정을 균형 있게 배정하고 인성·감성교육을 중시하는 자사고 모델이 일반고까지 전파되기를 바란다"며 "입시학교로 전락했다는 말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오수영 울산 성신고 교장은 "중3 학부모들이 자사고 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자사고에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돼도 당장 재학생에게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역시 "하나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예상되는 부작용,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까지 폭넓게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재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경태 김근주 박인영 여운창 조정호 최영수 한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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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선발권 보장을 요구하는 자사고 법인연합회 회원들(연합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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