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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라크 사태로 유가 급등…경기회복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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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집권 시아파와 급진 이슬람 세력의 수니파, 북부 쿠르드족의 3개 나라로 쪼개질 위험이 높아졌다. 이라크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급락하는 등 국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석유공급이 차질을 빚어 유가가 뛰면 올 하반기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 인도분은 배럴당 전일비 2.13달러(2.0%) 급등한 106.5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18일 이후 9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런던 시장에서 배럴당 2.96달러(2.69%) 급등한 112.91달러에 거래됐다.

사상최고치 경신을 눈 앞에 뒀던 뉴욕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비 109.69포인트(0.65%) 내린 1만6734.19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100포인트가 넘는 급락세를 이어갔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3.78포인트(0.71%) 밀린 1930.11로 마감했다. 사흘 내리 미끄러졌다.

나스닥 지수 역시 34.30포인트(0.79%0 하락한 4297.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아파가 장악한 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반군이 자리 잡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공습하면서 이라크 내전 심화와 분리 위험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쿠르드족은 이라크 주요 석유 거점도시인 키르쿠크를 장악한 상태다.

이라크가 종교적으로는 다수인 시아파와 소수 수니파간 갈등, 북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분리 움직임으로 국토가 3개로 쪼개질 위험에 노출됐다.

이라크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시리아와 인접한 북서부의 모술을 장악한 상태로 수도 바그다드로 남진하고 있고, 북동부 지역의 쿠르드족은 분리 독립을 원하고 있다.

특히 ISIL은 모술, 티그리트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한 상태로 시리아와 이라크간 국경을 허물어 이슬람 국가를 만든다는 계획이어서 이라크 문제가 인접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SIL은 현재 바그다드 90㎞ 북쪽의 둘루이야 마을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이잘 이스트라바디 전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가 붕괴위협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내 2위 산유국으로 하루 원유 생산량은 330만배럴에 이른다. 확인된 석유부존량은 세계 4위 규모다.

향후 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CNBC는 오펜하이머 선임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 페이들 가이트를 인용해 유가가 앞으로 배럴당 10~15달러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반면 CNN머니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당장은 이라크내 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가이트는 "리비아, 나이지리아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이라크의 석유 수출도 방해를 받으면 하루 400만배럴 넘는 석유공급 감소를 겪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10~15달러 추가 상승(배럴당 120달러)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년전 유가가 150달러를 찍었을 때도 하루 400만배럴 석유생산 차질은 빚어진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북부 유전지대의 석유 수출이 이미 3월초 지중해의 터키연안 항구도시인 케이한으로 연결되는 송유관에 대한 공격으로 급감한 상태여서 이라크 북부지역의 공급차질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국(IEA)에 따르면 4월 이라크 주요 석유생산지인 남부 지역의 원유 생산과 수출은 하루 약 250만배럴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때문에 이라크 분쟁이 북부에서 남부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이라크 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특히 남부 지역에서 새 유전이 개발되고, 생산이 늘면서 올 후반으로 갈수록 석유 수출량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 아이함 카멜은 "북부지역 분쟁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석유수출은 온전히 남부 유전만으로도 올 연말이면 하루 280만배럴로 사상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영향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카멜은 북부 반군이 시리아 정부와 연합해 북부 석유시설을 더 장악하고,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제 석유 메이저들이 이라크 유전 투자를 꺼리게 되면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중인 토니 애벗 호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반군에 대한 군사행동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향후 흐름에 따라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무인기(드론) 공습 등 행동에 나설 계획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안보 이익이 위협받으면 군사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가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게 미국의 안보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그러나 이같은 군사행동에 지상군 투입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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