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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창극 총리 후보자, 어떻게 보수논객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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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종교계, 정치권, 대통령까지 사심없는 비판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뉴스1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내정자가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총리에 문창극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를 내정했다. 2014.6.10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밝힌 "국가개조의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국무총리에 문창극(66) 전 중앙일보 주필을 후보자로 10일 내정했다.

문 후보는 중앙일보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으로 이날 총리 선임 발표가 나오기가 무섭게 보수와 진보진영으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논란 속 주인공'이 됐다.

문 전 주필은 39년을 언론인의 길을 걸어온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기자출신 총리 후보로 자신의 이름을 딴 '문창극 칼럼'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넓혀왔다. 이 칼럼은 국내 정치권와 국제정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숱한 논란을 낳으며 중앙일보의 인기칼럼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 후보가 칼럼을 통해 비판한 대상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북한, 정치권, 시민단체, 언론인, 종교계 등 거침이 없었다. 지난 2011년 4월에는 '박근혜 현상'이라는 칼럼을 통해 박근혜 당시 대표의 입만 바라보는 여권까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2012년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사퇴를 발표하자 자신의 칼럼에서 "그는 온실에서 성장한 화초였고 새장 안에서 고이 자란 파랑새였다"면서 "당선됐다해도 그런 약한 대를 가지고 험난한 국정을 끌고 갈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문 후보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직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사경을 헤매는 당사자에게 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지난 2009년 5월 고 노무현 대통령서거에 대해 "세계 최대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영향이 어떻겠는가"라는 내용의 비판적인 칼럼을 써 진보진영으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아야 했다.

종북세력에 대해서는 암세포로 규정했다. 문 후보는 "종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답답하다. 암 수술 하듯 그 부분을 싹뚝 도려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면서 "암세포를 죽이는 데만 몰두하면 정상세포까지 건드려 몸을 망친다. 근본적으로 암세포가 좋아할 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기습적으로 1차 핵실험을 하자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한다. 전쟁이 무서워 피할 때 우리는 볼모가 된다"고 썼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위대한 인물로 평가했다.

문 후보는 2011년 12월 '위대한 시대 그 정점에 박정희'라는 칼럼에서 "우리 현대사에서는 박태준이 일했던 60, 70년대가 바로 이런 시대였다"며 "그 시대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재가 쏟아졌다. 그 정점에 박정희가 있었으며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등이 일찍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개척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문 후보는 '문창극 칼럼'을 즐겨보는 독자들로부터 '보수 논객'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보수색이 짙은 언론인으로 평가받게 됐다.

문 후보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에서 석교초등학교에 이어 청주중학교를 마치고 청주고 1학년 때 서울고로 전학했고 이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문 후보는 청주 출신이지만 고교 1학년 때 서울고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충북에 지역적인 기반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시종 충북지사가 문 후보의 청주고-서울대 정치학과 1년 선배이고 이승훈 청주시장과는 서울고 동문관계다.

문 후보는 지난 1975년 중앙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들인 이후 정치부 기자와 워싱턴 주재기자, 정치부장, 논설위원, 정치담당 부국장, 논설주간, 주필을 거친 정통 언론인 출신으로 이후에도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언론계 후진 양성에 힘쓴 '순수 언론인'으로 인정받아왔다.

또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강직하고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와 비판을 가해 '대쪽'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문 후보에 대해 지인들은 '사심없이 깨끗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원로 언론인은 "반듯하고 깨끗한 사람이라 청문회에서 문제될 게 없는 사람일 것"이라며 또한 "불의를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으로 정치력도 출중해 국무총리로서 역할도 잘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후배 언론인들은 문 후보가 '외도하지 않은 언론인'이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 언론인은 "언론인으로서 외도하지 않고 일관되게 한길을 지켜온 분으로 무게감 있고 자기 관리도 철저한 분"이라며 "성품도 늘 겸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언론계 모임인 관훈클럽 총무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고려대 미디어학부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에 재직 중이다.

한편 문 후보는 지난해 5월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 발기인 총회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는 당시 안전행정부로부터 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뒤 초대 이사장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 나라의 기본을 만드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언론인에서 행정가로 처음 변신하는 문 후보가 그동안 '문창극 칼럼'을 통해 거침없는 비판과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준 것처럼 국가개조를 위한 공직사회 개혁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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