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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靑 떠난 이정현 "비서는 말이 없어야"…재보선 출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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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00] 내각 아닌 당에서 박 대통령 뒷받침…조만간 출마 선언]

현 정권의 개국공신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청와대를 떠났다. 박 대통령은 8일 이 수석이 제출했던 사표를 수리했고, 이 수석은 이날 오후 1년 3개월의 청와대 생활을 정리했다.

이 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했고, 이후 원내에 들어와 '대변인격'으로 활동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공보단장으로, 당선 후에는 인수위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정권 출범 후에는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으로 곁을 지켰다. 박 대통령의 의중은 물론 국정철학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이를 전파하고 홍보하는 과정에 야당의 집중 견제를 받고 사퇴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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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표명 후 입각과 7·30 재보궐 선거 차출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 수석은 재보선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6·4 지방선거 출마와 의원직 상실 등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은 최대 16곳에 달한다. 박 대통령의 중간평가로 인식된 지방선거가 '무승부'로 끝난 탓에 재보선 결과가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커졌다. 여야 중진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미니 총선'으로 여겨진다. 여당은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 수석은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광주광역시에서만 두 번 출마한 전력이 있다. 2012년에는 광주 서구을에 도전해 39.70%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집권 여당의 보기 드문 호남 출신 의원으로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낙선으로 돌아왔다. 이 수석은 사석에서 "앞으로 선출직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란 말로 실망과 좌절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런 이 수석이 출마를 결심했다. 사의표명은 6·4 지방선거 전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결심은 훨씬 앞서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수석이 세월호 사건 발생 후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전혀 없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써 언제든 책임지는 자세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당초 이 수석은 청와대 개편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수석들이 내각으로 진출한 사례가 많았고, 이 수석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였다. 특히 '문화융성'은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이 수석은 의원 시절 뿐 아니라 평소 문화 분야 예산을 2%까지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할 만큼 품격 높은 문화국가 구현에 상당한 관심을 가져왔다. 박 대통령 역시 개각에 맞춰 이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이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방선거 결과로 한숨을 돌렸지만, 이 전 수석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참모가 입각을 한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대신 재보선에 출마,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고 당으로 들어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다는 거다. 새누리당은 친박(박근혜)계가 당권을 쥐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전 수석의 출마 결심에 대해 청와대 내에서는 "그 만큼 당이 지리멸렬했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고, 새누리당 관계자도 "대통령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있는 이 수석이 당·정·청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 전 수석의 출마 의지가 강해 박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전 수석은 그러나 "비서는 말이 없어야 한다"며 함구했다. 청와대를 떠나기 전에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통령의 국가개조 프로젝트 추진 진정성을 믿고 많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보선에 출마지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울 동작을이 유력하다.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곳이다. 여당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남경필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병과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의 수원정과 함께 반드시 승리해야 할 곳으로 여기고 있다.

동작을에 나서도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정동영·천정배 상임고문 등 거물급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수석은 조만간 재보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익태 기자 epp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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