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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무인기 소동’ 자초한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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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서진 문짝을 제대로 확인 않고

“추정 비행체 발견” 언론에 발표

‘세월호서 화제전환하려…’ 의혹


서울 근교 야산에서 등산객이 “무인기를 발견했다”고 신고해 군부대가 출동했으나 ‘오인 신고’로 밝혀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긴급 수색에 나선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신고된 의심물체는 무인기가 아닌 ‘부서진 문짝’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 당국이 이를 성급하게 언론에 공개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군 당국자는 14일 “등산객이 오전 8시께 청계산 만경대에서 무인기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군부대에서 조사팀이 출동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부서진 문짝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3월 말 무인기 소동 이후 이런 주민 신고가 82건 접수됐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등산객은 전날 오후 4시30분께 일행 3명과 함께 청계산 등산에 나섰다가 만경대 아래 군부대 철조망 안쪽 40~50m 지점에서 과거 북한 무인기 동체와 비슷한 하늘색이 칠해진 수상한 물체를 발견해 다음날 아침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군의 확인 결과 길이 130㎝, 너비 60㎝ 크기의 부서진 문짝으로 밝혀졌다.

이날 소동은 애초 몇몇 언론이 군 당국에 확인을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군 당국이 확인도 않은 채 성급하게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소동이 더 커졌다. 실제 군 정보당국의 고위 인사는 오전 일찍 언론에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견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참 관계자가 정식 브리핑을 통해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견해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 때 신중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군 당국이 ‘세월호 정국’에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서두르다가 ‘헛발’을 짚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방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변인을 앞세워 ‘북 핵실험 임박설’을 계속 유포하고 ‘사라져야 할 나라’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등 남북 대결의식을 고조시켜 왔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군 당국이 확인도 하기 전에 언론 브리핑을 한 것은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세월호 사건으로 가뜩이나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는 가운데 어처구니없는 소동이 벌어졌다”며 신중한 처신을 촉구하는 등 여야 모두 군의 이번 무인기 소동을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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