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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재난 노이로제 정치권 확산…지방선거 영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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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로 240명 이상이 사망한 데 이어 전국 각지에서 대형사고가 잇따르면서 정치권에 '재난 노이로제'가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되던 규제완화 법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제동이 걸리는가 하면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각종 대형사고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세월호 침몰사고 후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 2일 오후 동해와 남해에서 잇따라 여객선에 문제가 생겼고 같은날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는 전동차 2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처럼 대형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국회 역시 재난 관련 법안 심사에 나서고 있다. 재난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잇따라 통과되는 반면 규제완화를 위한 법안에는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신속구조, 피해지원 및 진상규명을 위한 결의안을 비롯해 해사안전감독관 제도를 도입하는 해사안전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체험교육 시 학교장이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개정안, 철도종사자의 음주기준을 강화하는 철도안전법 개정안, 항공기 고장 등의 보고 의무 신설을 확대 적용하는 항공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이달 2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역에 우선적으로 특수신호표지를 설치·운영토록 의무화하는 항로표지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연안체험활동업체의 손해배상 보험 가입 의무규정을 담은 연안사고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통과됐다.

반면 규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의 법안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수준에서 일제히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본회의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선박규제 완화법안들을 심사한 끝에 해당 법안들을 전체회의에 계류시켰다.

법안 처리에 반대한 법사위 소속 야당의원들은 "시급한 법안이 아니다" "선주협회 등에 특혜를 준다"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선박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법사위원장도 당시 회의에서 "이 법을 법사위가 통과시키면 법사위원이 비판을 받는다. 계류를 시키고 상황을 보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법사위원들 역시 여론의 역풍을 각오하면서까지 법안 처리를 추진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항을 운항하는 모터보트·동력요트의 신고절차를 면제한다는 내용의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논의 끝에 처리되지 않았다.

◇선거현장에서도 재난문제 쟁점 부각

국회 법안심사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현장에서도 재난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전동차 추돌사고가 발생하자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은 일제히 박원순 현 서울시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몽준 의원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의료원과 서초구 방배동 서울메트로종합관제소를 잇달아 방문한 뒤 "기본은 인사다. 서울메트로에서 그동안 인사 원칙이 무너진 듯하다"며 "원칙을 어긴 인사가 됐다면 서울메트로의 상위 보직 책임자 중 소위 낙하산들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선거대책본부 정책팀도 논평에서 "박 시장이 시민운동권 코드인사에 따라 비전문가를 부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는 일이 안전문제 대응 의사소통에 차질을 빚도록 했다는 내부 지적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전날 신정동 차량기지 관계자들과 만나 "어제 3시32분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사고의 총괄 책임자인 박원순 시장은 2시간이 지난 오후 5시 40분경이 다 돼서야 현장에 나타났다"며 "국토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이미 오후 3시55분에 꾸렸음에도 서울시는 중앙정부보다 훨씬 늦은 시간인 5시12분에 대책반이 설치되는 등 늑장대응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이번 사고를 박원순 시장 공세에 활용하려하자 박 시장의 소속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방어에 나섰다. 특히 사고 직후 검찰 수사가 시작된 점을 꼬집으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동차 추돌사고에 대한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는 당연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고를 빌미로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편향적인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재난 문제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온 6월 지방선거에서도 세월호 침몰 등 재난을 둘러싼 책임공방과 대안 마련 논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각 정당 소속 후보들 중 어느 쪽이 유권자들로부터 재난대응력을 인정받고 나아가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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