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기초연금 왜 문제인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불이익, 저소득자·미래세대 역차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년2개월간 옥신각신해온 기초연금법안이 결국 정부·새누리당의 구상대로 기본 골격이 짜였다. 복지·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미래세대의 혜택을 앗아간 폭탄 돌리기” “복지국가의 꿈도 멀어졌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안이 지닌 쟁점과 불씨를 놓고 올 7~8월 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격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2일 국회를 통과한 기초연금법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매월 10만~20만원씩 차등지급하되, 국민연금 평균수급액이 30만원에 못 미치는 12만명은 2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가 설계한 ‘국민연금 연계’ ‘소득하위 70% 차등지급’의 틀이 지켜진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639만명 중 기초연금 수혜자는 447만명이다. 이 중에 20만원 전액을 받는 사람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11년 이하이거나 국민연금 수급액 30만원 미만인 406만명이다. 나머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12년부터 기초연금액이 19만원으로 줄기 시작해 20년이 되면 10만원을 받는 식이다.

경향신문

당장 정부안은 여러 가지 불씨를 담고 있다. 먼저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불이익을 받고, 저소득층과 미래세대도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가입기간이 11년이 안된 고소득자는 20만원을 받고, 가입기간 12년이 넘은 저소득자는 차감 지급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금제도의 기본 축인 국민연금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했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이는 방식에서 후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높아질 것”이라며 “공공복지에 대한 불신은 복지재원 악화로, 다시 복지정책의 약화로 악순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A값)이 아니라 1차적으로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 것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물가상승률은 소득상승률의 절반가량에 그쳐 기초연금 증가폭은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5년마다 소득과 생활수준 등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투입될 예산이 커져 실효성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 첫 지급 시점을 계획대로 오는 7월25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한 달가량 늦춰질 수 있다. 시행령 등을 만들고 전산시스템을 변경하는 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야당이 각기 다른 기초연금법안을 내놓고, 입법이 늦어지더라도 7월부터 소급적용하겠다며 지방선거를 정면돌파하지 않고 1년 넘게 반대해온 정부안을 무력하게 수용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